“장애인 평양에 발 못 붙여”…北 패럴림픽 출전에 ‘선수 급조’ 의혹

입력 2018-03-13 10:30
2018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 개막일인 지난 9일 오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회식이 열린 가운데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했다. 사상 최초다. 앞서 평창올림픽에 선수단과 응원단, 공연단까지 내려보내며 호의적인 자세를 보였던 북한이 패럴림픽까지 참가하자 세계는 주목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는 장애인 선수 육성과 관련한 의혹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1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이번 평창패럴림픽에 북한 대표로 출전한 장애인 선수들을 ‘급조된 선수’로 여기고 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RFA에 “지금까지 북한에서 장애인 선수가 존재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번 동계패럴림픽에 어떤 선수들이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올림픽을 정치적인 캠페인으로 이용하기 위해 급조된 선수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평양에 살았다고 소개하며 “그런데도 평양에서 장애인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평양에 장애인 운동선수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김정은 시대에 들어 체육을 대중운동으로 장려한 것은 맞지만, 장애인 체육시설이나 체육활동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2018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 북한 마유철(오른쪽)과 김정현이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장애인 선수의 출현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했다. ‘월미도체육단’이나 ‘압록강체육단’ 같은 북한 내 국가체육단에서 선수로 활동하다 사고 이후 장애를 입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외 장애인이 본인의 의지에 따라 국가 체육선수가 되는 것은 북한에서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RFA는 지난해 한국에 온 탈북민 A씨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A씨는 “장애가 있는 사람은 평양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한다”며 “장애인 국가 체육선수를 육성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에 농아학교나 맹인학교가 있지만 그런 학교에서 체육인을 양성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번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한 북한 선수는 북한이 대외선전 차원에서 만들어낸 선수”라며 의혹에 힘을 보탰다.

북한 대표팀은 지난 11일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 좌식 경기를 치른 김정현과 마유철을 포함해 총 20명이다. 참관 선수 4명과 북한 장애인대표팀 선수단장인 정현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도 포함됐다. 북한은 2012 런던 하계패럴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패럴림픽에 선수를 출전시킨 바 있으나, 동계패럴림픽 출전은 평창이 처음이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