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 국무차관 “북·미 대화, ‘전쟁 위한 가식’ 될 수도”

입력 2018-03-13 10:04
2016년 한국을 방문한 웬디 셔먼 미국 전 국무부 차관

웬디 셔먼 미국 전 국무부 차관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실패로 끝난 외교노력은 전쟁을 위한 ‘가식(pretense)’이 될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말했다.

셔먼 전 차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남일 뿐이라 하더라도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게 된 것이 기쁘다. 대화는 분명 전쟁보다는 낫다”면서도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문제 특별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2000년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을 수행해 직접 방북하는 등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통이다.

셔먼 전 차관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미국이 원하는 길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느낀다면 합의는 아마 이루지 못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아마 전쟁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다면 미국 정부가 북한에 희망이 없다고 보고 ‘전쟁의 전제조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셔먼 전 차관은 김 위원장을 “현재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며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을 자신과 동등하게 한 방에 앉혀 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자신의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면서도 “비핵화를 서두를 것으로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