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등장과 신냉전 시대 개막… ‘투키디데스의 함정’ 우려

입력 2018-03-13 06:57
사진=AP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임기 제한’을 없앤 개헌안을 통과시킨 데 힘입어 절대권력을 다지면서 국제적으로도 ‘힘의 외교’를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주창하는 중국몽(中國夢)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화 제국(帝國)의 재건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시 주석이 세계 리더를 노리면 초강대국 미국과의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인도양,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세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질서에서 기존 패권세력과 신흥세력 간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국제사회가 ‘황제’ 반열에 오른 시 주석을 경계하는 것은 패권 지향적인 그의 스타일 때문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중국몽을 위해 멈추지 않고 분투해야 한다”면서 “2050년까지 세계 일류 군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경제·군사력에서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올해 국방비를 지난해보다 8.1% 늘린 1조1100억 위안(약 190조원)으로 책정하며 강군몽 행보를 강화했다. 군제 개편과 해·공군 전력 증강 등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2025년까지 핵추진 항공모함도 건조키로 했다. 모든 목표는 미국을 따라잡는 것이다. 미·중은 이미 무역 분야에서 전쟁을 시작했다.

시 주석의 최대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역시 충돌의 불씨가 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핵심 고리인 몰디브에 비상사태가 선포되자 인도양 해역에 함대를 배치하며 견원지간인 인도를 집중 견제했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지부티에서도 항구를 점유하며 인도양 패권을 다투고 있다. 중국은 또 인도와 국경분쟁 중인 도클람(중국명 둥랑) 지역 관할 서부전구에 주력 전투기를 집중 배치하며 ‘인도 포위 작전’을 노골화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아프리카에서도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 영향력이 확대하자 최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급히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다. 틸러슨 장관은 앞서 “중국이 아프리카 각국 정부를 빚의 수렁으로 빠뜨리는 불투명한 계약들과 약탈적 대출 관행, 부패한 거래 등으로 옭아매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6년 중국의 아프리카 수출액은 800억 달러(약 85조5000억원)인 반면 미국의 지난해 아프리카 수출액은 220억 달러(약 23조5000억원)로 거의 4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의 핵심 이익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영유권 분쟁이 치열한 남중국해 등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남중국해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중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일 핵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을 베트남 다낭항에 입항시켜 중국에 무력시위를 벌였다.

수전 셔크 미 캘리포니아대 중국 전문가는 “시 주석 때문에 신냉전시대가 도래했다”면서 “남중국해 등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