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아픈 할아버지와 웨딩 사진 찍은 손녀

입력 2018-03-13 07:00 수정 2018-03-13 07:00


중국 쓰촨성 청두에 사는 푸쉐웨이(25)는 지난 9일 SNS에 결혼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 속 남성은 신랑이 아니라 자신의 할아버지였습니다.

아직 결혼 계획도 없는 쉐웨이가 결혼 사진을 그것도 할아버지와 찍기로 한 것은 할아버지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푸치취안은 올해 87세로 지난해 9월 뇌졸중이 왔습니다. 최근 2년 동안 벌써 두 번째였습니다. 의사들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답니다. 할아버지는 두 번의 뇌졸중 외에도 심장이 좋지 않아 항상 병원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결혼 사진을 찍었던 지난해 12월 7일에도 할아버지의 손등에는 링거 바늘이 꼽혀 있었습니다. 할머니에게는 병원에 간다고 하고 할아버지를 사진관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렇게 오전 9시쯤 시작된 사진 촬영은 오후 3~4시까지 이어졌다고 청두상보는 전했습니다.


쉐웨이는 “할아버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아직 결혼 계획은 없지만 미래의 자식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할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결혼 사진을 찍기로 했답니다.


할아버지는 일하느라 바쁜 부모를 대신해 쉐웨이를 보살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에도 쉐웨이의 양육은 거의 할아버지의 몫이었습니다. 쉐웨이는 “제 모든 마음을 담아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웨딩 사진 촬영 2주 전 쉐웨이는 오른 팔에 할아버지의 얼굴을 문신해 넣었습니다. 타투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너무 고통스러워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4시간 가까운 시간을 참아낸 끝에 타투를 완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쉐웨이의 할아버지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이었지만 쉐웨이가 뭘 원하든 아낌없이 지원해줬다고 합니다. 쉐웨이는 “나의 모든 응석을 받아주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신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할아버지와의 결혼 사진은 할아버지와의 소중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그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손녀의 애틋한 마음에 할아버지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만 합니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원했기 때문에 늘 그대로 했다”면서 “이혼으로 생긴 부모의 빈 자리를 항상 채워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쉐웨이가 올린 사진에 5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누르고 칭찬하는 댓글도 500개 이상 달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