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 숨진 후 불거진 ‘2차 피해’…일부 네티즌, 피해자에 ‘악성 댓글’ 남겨

입력 2018-03-12 17:59
고 조민기씨. 뉴시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사망한 고(故) 조민기씨 성추행 폭로자 A씨 SNS에 악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을 위축시키는 2차 가해에 피해자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이다.

청주대 교수 재직 시절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 한 혐의를 받고 있던 조씨는 9일 서울 광진구의 한 건물 지하 주차장 인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그의 성추행을 고발한 A씨 페이스북에 비난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네티즌은 “세상에 다 폭로해서 한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은 못된 짓” “그냥 교직에서만 내려오게 하지” “(조씨 스킨쉽이) 학생들을 위한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 등 조씨 사망의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

A씨는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긴 글을 올려 조씨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날 오전 조씨가 한 매체의 보도로 전해진 성추행 의혹을 소속사였던 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었다. A씨는 “청주대 출신 연극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조 교수가 억울하다고 내놓은 공식입장을 본 뒤 분노를 견딜 수 없었다”고 밝혔다. 뒤이어 다른 학생들의 피해 증언도 온라인 커뮤니티, 청주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실명까지 밝히며 피해 사실을 낱낱이 고발했던 A씨는 폭로 후 크게 화제가 됐다. 이 때문에 조씨 사망의 책임을 묻는 악성 댓글도 A씨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A씨를 “처음부터 언론에 공개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비난했다. 많은 네티즌이 이에 대해 A씨를 옹호하며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지만 일부 네티즌의 악의적인 댓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김지은씨도 12일 자필 편지를 통해 “신변에 대한 보복도 두렵고 온라인을 통해 가해지는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돼 있다”며 2차 피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 외에도 미투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들이 악의적인 허위 사실 유포, 비난 댓글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더 큰 상처를 주는 추가 가해는 멈추지 않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