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도 ‘미투’…거물 거문고 연주자 지목 “복식호흡 알려주겠다며…”

입력 2018-03-11 17:27 수정 2018-03-11 17:57

“나도 성폭력에 당했다”고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국악계까지 닿았다. 지난 9일 거문고 연주자 이모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온지 이틀 만에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두 건 추가됐다.

페이스북 페이지 ‘예술계 미투 : 알지만 모르는 것들’(이하 ‘예술계 미투’) 측은 9일 거문고 연주자 이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익명의 폭로글을 올렸다. 제보자 A씨는 “(이씨가) 자세를 잡아준다고 뒤에서 안고, 거친 숨소리를 뿜어대며 등 뒤에서 성기를 비볐다” “그 집에서 레슨을 받을 때, 방문 밖에 애들과 부인이 있었는데도 학생들 등에 ‘그짓’을 했다” 는 등 이씨의 잦았던 성추행을 폭로했다. 이어 “내 나이 50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누군가 뒤에서 다가오면 화들짝 놀라 소리친다”며 이씨의 만행으로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A씨의 폭로글이 공개되자 이씨에게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B씨와 C씨가 등장했다. A씨가 처음 글을 제보한 ‘예술계 미투’ 페이지는 10일 B씨의 피해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씨가 지난해까지 교수로 재직하던 경기도 소재 모 대학의 졸업생이었다는 B씨는 “교수의 신분으로 학과생들을 교수 방으로 부르는 게 일상이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하루는 개인 교습을 해주겠다고 하더니 누워보라고 하더라. 싫다고 하니 똑바로 서 있으라고 한 뒤 ‘자신이 복식호흡 하는 것을 직접 느껴보라’고 하며 내 뒤에서 자신의 성기를 비볐다”고 털어놓았다. B씨는 이런 일을 겪은 학생이 자신뿐만 아니라는 것을 언급하며 “우리 학교 학생들에겐 기피대상이던 교수님”이라고 말했다.

이씨에 대한 폭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날 같은 페이지에 제보글을 남긴 C씨는 “몇 년 전 겨울방학 때 인사드릴 일이 있어 이씨의 교수 방에 찾아간 적이 있다”며 성추행이 일어났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C씨는 “이씨가 악기를 잘하려면 단전에 힘을 줘야 한다며 가슴을 만졌다”며 “그 상황에서 울고 있는 제가 재미있었는지 ‘여기가 단전이니 힘을 줘보라’고했다” “본인 단전도 한 번 만져보라며 웃었다”고 말했다. C씨는 타 학교의 여성 선생님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여기는 원래 이런 곳이다” “그것도 그 교수의 능력이다”는 반응을 들은 뒤 국악계에서의 꿈을 접었다고도 털어놓았다.

현재 해당 성추행의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씨는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한 상태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