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희정은 ‘제명’ 민병두엔 ‘사퇴 만류’… 이유는?

입력 2018-03-11 14:32 수정 2018-03-11 16:54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성추행 의혹 이후 국회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민병두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졌을 때 즉각 긴급총회를 열고 출당시키기로 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민 의원과의 대화를 공개하며 민 의원의 사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원내대표에 따르면 민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의원이 아닌 시절이었을지라도 여성과 노래방에 간 일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는 상황 자체가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며 의원직 사퇴 입장을 전했다. 그는 “아무런 기득권 없이 자연인의 입장에서 진실을 규명해 명예를 되찾겠다”고도 했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그렇다면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며 “의원직 사퇴부터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만류 의사를 전했다. 그럼에도 민 의원이 재차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히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밖에 추미애 대표와 안규백 서울시당위원장, 이춘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역시 민 의원에게 사퇴를 재고토록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 대표 측 관계자는 “추 대표도 사퇴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도 “전반적으로 사퇴까지는 과하다는 게 당내 기류”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에서 민 의원의 사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를 만류하는 모습은 역시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안 전 지사에게 출당·제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조치를 내리기로 한 것과 상반된다. 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정봉주 전 의원의 복당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과도 대비된다.

우선 이번에 폭로된 의혹만으로 서울시장 출마 포기뿐 아니라 의원직까지 내려놓는 것은 과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는 판단과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민주당이 민 의원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만약 민 의원의 성추행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민 의원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인 민주당 역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6·13 지방선거와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원내 1당 지위를 사수해야 하는 현실도 있다. 11일 현재 민주당 의석은 121석으로 자유한국당(116석)보다 5석 많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확정 지역은 최소 7곳이다. 재보궐 결과에 따라 원내 1당이 바뀔 수도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