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서훈, 내일 중·러·일로… 시진핑·아베·푸틴 다 만날까

입력 2018-03-11 11:18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1일 오후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다. 즉시 청와대로 가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하고, 12일 곧바로 다시 출국한다. 정의용 실장은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가고, 서훈 원장은 일본에 가서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다. 시진핑 주석, 아베 신조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모두 만나게 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11일 정 실장과 서 원장의 주변국 방문 일정을 공개하며 “해당국 정상과의 면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국가별로 1박2일씩 머무르며 정부 고위 인사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 등에 관한 현황을 설명하게 된다. 중국은 현재 양회가 열리고 있고 러시아는 18일 대선 투표를 앞둔 터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접견이 유동적이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최근 “한국의 방북 특사단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싶다”고 말한 터여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대미·대북 업무를 이끄는 두 사람은 방미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주요 인사들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대화 용의를 전달하고, 북한의 대화 의지와 비핵화 구상을 전달했다.

정 실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 실장이 발표한 것 외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특별한 메시지’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 방북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해 달라”며 구두로 이 메시지를 밝혔고,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를 전달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메시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 정상 간의 문제여서 공개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이 메시지를 “특별한 메시지” “구두 메시지” “김 위원장이 트럼프에 직접 전해 달라고 한 메시지” 등으로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별도 메시지를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신뢰 구축 차원에서 보낸 메시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 두 사람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전향적인 입장을 들고 나온 배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특사단이 북한에 갔을 때 관철해낸 것을 궁금해 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상황 진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고 한다.

정의용 실장이 백악관에서 발표한 북미정상회담 합의 내용은 미국 측과 2시간 협의 끝에 나온 문구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동에서 나올 결과물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 달성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특사단의 북한에서 가져온 합의문을 보면 단순히 비핵화 의지만 밝히는 차원을 크게 넘어서 있다고 했다. “추가 도발을 하지 않겠다” “한미군사훈련을 이해한다” “조속히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 등의 발언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했다고 전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