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조건으로 제시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에 대해 대북특사단은 백악관과 다른 답변을 내놔 입장 차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라 샌더슨 백악관 대변인은 5월 안에 만나게 될 것이라는 수용의 뜻을 전하면서도 북한에 의한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을 보이지 않고는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북특사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 DC 인근 델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정 실장은 공항 귀빈용 입구로 들어가면서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이 나와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백악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런 얘기가 없었는데 그런 얘기를 했느냐”고 되물었다. 정 실장은 이어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직접 들은 것을 바탕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을 보지 않고는 그러한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슨 대변인은 또 “대통령은 우리가 계속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대해 희망적”이라고 하면서도 “미국의 입장이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하며 오는 5월 안에 만나자는 의사를 밝혔지만 비핵화 등과 관련된 북한의 가시적 조치가 없다면 정상회담이 불발될 수도 있음을 시사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미국이 제시한 조건에 관해 전해들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히 전달해 달라고 한 메시지가 있었고 이를 전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메시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신뢰구축 일환으로 매우 포괄적인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원 국정원장은 김 위원장이 전달한 별도의 비공개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미국에 또 올 일이 있겠냐는 질문에는 “다시 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