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스리체어스, 안희정·고은 다룬 잡지 전량 회수·폐기

입력 2018-03-11 00:17 수정 2018-03-11 14:36

미투 운동(#MeToo·나도 당했다)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고발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시인 고은씨를 다룬 잡지에 대해 전량 회수·폐기하겠다는 출판사가 나왔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시사 만화가 박재동씨는 한국만화가협회에서 제명됐다.

출판사 스리체어스는 인물 한 명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격월간 잡지 ‘바이오그래피’ 6호와 8호를 전량 회수해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그래피 6호(2015년 10월)는 ‘우주의 사투리’라는 제목으로 고씨의 대표작과 인생을 추적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8호(2016년 3월)는 ‘다시 민주주위’라는 제목으로 안 전 지사의 인터뷰를 실었다. 스리체어스는 안 전 지사의 자서전 ‘콜라보네이션’을 2016년 출간하기도 했다.

출판사는 온라인 뉴스레터 ‘북저널리즘’ 토요판에서 지난달 23일 안 전 지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이 인터뷰는 피해자인 정무비서 김지은씨(33)가 밝힌 마지막 성폭행이 벌어지기 이틀 전에 충남도청에서 진행됐다.
안 전 지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성희롱과 폭력은 굉장히 오래된 인류의 숙제고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과제다. 해법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라며 “(사람은) 힘이 있는 누가 견제하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한다. (성폭력이 있을 때) 밟으면 꿈틀해야 못 밟는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여성이 성희롱과 차별의 문화를 겪은 이유는 여성의 세력화된 정치적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여성을 건드려도)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빨리 뽀뽀하라는 얘기야’는 류의 왜곡된 성 인식이 생긴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현재의 성희롱과 성폭력의 문화에선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일차적으로 여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거부권을 확실히 정치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것에 대해 최근 몇 년 동안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며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야 직장 내 성희롱이든, 이런 문화들도 자연스럽게 견제된다. 여성 공무원들이 관리 및 간부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양성평등 이슈에 대해 “직업 정치인이고 민주주의자로서, 젊은 날에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했다면 지금은 반차별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다. 반차별 관련 과제는 인종,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마지막 남은 인류의 숙제 중 하나가 여성과 젠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가장 큰 과제는 곳곳에 숨어있는 젠더 문제다. 남녀 차별의 문화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엄청난 폭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민주주의자로서 나는 그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날에 화염병을 던지는 심정으로, 젊은 날 반독재 투쟁을 했던 심정과 각오로 똑같이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저널리즘’에서는 고씨가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이후인 지난달 18일 편집부에 보낸 글도 소개했다. 고씨는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은 언어가 다 떠나버렸다. 언젠가 돌아오면 그 때 말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한국만화가협회는 “이사회 만장일치로 박씨를 협회에서 제명한다. 피해자를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