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기씨의 죽음을 놓고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본질적 책임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전가한 듯한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발언이 나왔다. 조씨는 비극적인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사건을 이유로 미투 운동이 위축돼선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신 총재는 “미투 운동이 데스노트 꼴”이라고 했다.
신 총재는 10일 새벽 트위터에 “성추행 의혹 조민기 사망 유서가 된 손편지. 미투 운동 아니라 데스노트 꼴이고 다음은 XXX 꼴이다. 이윤택보단 양반 꼴이고 김기덕 조재현보단 신사 꼴이고 안희정보단 애교 꼴이다. 손편지가 악플 제조기 꼴이고 고인 두 번 죽인 꼴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미투 운동 막 내린 꼴”이라고 적었다.
데스노트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생사를 결정하는 살생명부를 가상으로 설정한 일본 만화다. 공분에 휩싸인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사법적 절차 없이 여론 재판으로 죽었다’는 취지로 ‘데스노트’라는 표현이 SNS상에서 종종 사용된다. 신 총재는 평소 대민 소통창구로 활용하는 트위터에서 조씨에게 애도를 표하는 과정에서 미투 운동을 ‘데스노트’로 묘사했다.
조씨는 지난달 2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제보자는 “청주대 교수였던 연예인이 몇 년간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학교의 조사가 이뤄졌고,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소속사는 “명백한 루머”라고 해명했지만 조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목소리는 연달아 터져 나왔다.
조씨는 결국 지난달 27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열흘 뒤인 지난 9일 서울 광진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는 목을 매고 숨진 조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조씨의 빈소는 서울건국대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조씨의 죽음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사법적으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미투 운동의 가해자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가족에게까지 비난을 퍼부은 과열 양상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있었지만, 조씨의 사망을 계기로 미투 운동이 위축돼선 안 된다는 의견에는 여전히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조씨의 사망에 대한 애도와 그의 성폭력 이력에 대한 추적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취지다. 신 총재의 트윗이 또 다른 논란을 촉발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SNS에선 “조씨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에게서 성폭력을 당했을 피해자와 수사를 호소한 여론을 되레 가해자로 여긴 신 총재의 트윗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 총재는 거침없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번엔 정치권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돼 검찰에 자진 출석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겨냥했다. 그는 “성폭행 의혹 안희정 9시간 반 조사받고 귀가. 조민기 숨진 채 발견된 꼴이고 안희정 숨쉰 채 발견된 꼴”이라며 “조민기 데스노트 1호 희생자 꼴이고 안희정 데스노트 2호 희생자 유력한 꼴”이라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