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관계 급진전, 한국 신용등급 상승 기대감 커진다

입력 2018-03-10 06:59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이어 북·미 관계까지 급진전하면서 한국 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이 감소하는 만큼 투자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다. 다만 미국발(發) 철강 관세 ‘폭탄’ 여파가 어디까지 번지느냐가 신용등급 상승의 변수로 꼽힌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10월 이후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을 매겼다. 피치의 경우 네 번째 수준인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평가 자체는 ‘안정적’이다.

신용등급이 안정권이긴 해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다. 독일, 캐나다의 경우 3대 신용평가사 모두 최고 등급을 유지하면서 한국과 2등급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앞서 있다.

신용등급 상승의 최대 제한 요인은 지정학적 위험이다. 인접한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도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지난해 9월 “북핵 위협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에 응하기로 한 점은 그래서 호재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 역시 긍정적 요소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경우 지정학적 위험은 확실히 감소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책적으로 대외 문제에 신경쓰지 않고 국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라며 “기업의 해외 투자자금 조달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다음달 미국을 방문할 때 신용평가사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깔려 있다.

변수는 미국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25%의 철강 관세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3월호를 발표하면서 “대미 철강 수출(37억 달러)이 전체 수출(5700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 정도”라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김 부장은 “이것이 도화선이 돼 다른 부문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내에 한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홍석호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