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하면서 전 세계 주요 외신들도 이를 긴급 보도했다. 다만 양국 정상이 그간 외교무대에서 예측 불가한 태도를 자주 보인 점을 감안하면 결과를 섣불리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많았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소식을 전하며 회담 자체에 대해선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국 사이의 큰 진전이 될 수 있다”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지금껏 미 현직 대통령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현대사에서 가장 기절초풍할(mind-boggling) 외교 회담”이라고 보도했다. 정치매체 더힐은 루크 메서 공화당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성공하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콤소몰레츠는 “북·미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어떤 낙관적인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이번 발표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긴장완화에 뒤이은 것”이라면서 “예측 불가했던 만큼이나 스펙터클한 발표”라고 평가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간의 (외교적)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 멀었다”고 내다봤다.
NHK방송 등 일본 매체들은 이번 회담으로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회담이 일종의 ‘외교 도박’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고위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는 대화 가능성을 환영하고 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깊은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미국 관료들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을 약화하는 내용의 조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놓은 거대한 덫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NYT의 아시아 전문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그간 양국 간 직접 대화를 주장해 왔지만 이번 결정은 위험한 도박이자 나쁜 발상”이라고 봤다. 그는 “회담이 평화를 진전시키도록 세심하게 준비해야 하며 단순히 김씨 세습체계를 합법화해주는 것보다는 더 나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 유라시아그룹 디렉터도 “중대한 전략적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회담에서 핵심 목표인 북한 대외관계 정상화와 평화조약 체결을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