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 성추행 피의자로 전락한 톱배우의 비극적 죽음

입력 2018-03-09 19:09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 조민기(53)가 불명예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1965년 서울에서 출생한 조민기는 청주대 연극영화과에 재학하며 연기에 입문했다. 1982년 극단 신협에 입단한 그는 1991년 영화 ‘사의 찬미’에 출연한 이후 1993년 MBC 22기 공채 탤런트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째즈’ ‘별’ ‘도시남녀’ ‘연어가 돌아올 때’ 등에 출연했다.

조민기는 ‘천사의 키스’ ‘광끼’ ‘꼭지’ ‘노란 손수건’ ‘일지매’ ‘에덴의 동쪽’ ‘선덕여왕’ ‘다섯손가락’ ‘대풍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 드라마로 꾸준히 시청자를 만나 왔다. 영화 ‘남자의 향기’ ‘해부학 교실’ ‘반창꼬’ ‘변호인’ 등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사진 작업에도 조예가 깊었던 조민기는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며 수차례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 에세이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와 사진첩 ‘조씨 유랑화첩’을 내기도 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청주대 공연영상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나 가르치는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이 최근 미투 운동을 통해 알려지면서 학교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았다.

처음에는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던 조민기는 연이은 추가 폭로가 나오자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그는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이라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피해자들께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제 잘못에 대하여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소환 조사를 3일 앞둔 9일 조민기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광진구의 한 건물 지하 주차장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으나 발견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기의 사망으로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