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던 배우 조민기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조씨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씨가 교수로 재직했던 청주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폭로 후 계속된 고발과 본격적인 경찰 수사에 큰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9일 오후 4시 서울 광진구의 한 건물 지하 주차장 근처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조씨 아내 김선진씨가 시신을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성폭력은 청주대 출신 연극배우인 송하늘씨의 폭로로 처음 드러났다. 송씨는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조씨가 청주에 내려올 때마다 오피스텔로 불러 술을 강요하고 자고 가라고 했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조씨가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 및 성희롱을 저질렀다”고 했다.
조씨는 이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조씨는 “억울하다”며 “성추행으로 인한 교수직 박탈 및 중징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이어 조씨의 거짓 부인에 분노한 학생들의 추가 폭로가 연달아 나왔다. 먼저 청주대 홈페이지에 폭로 글이 등장했다. 글쓴이는 “조씨가 오피스텔로 불러 술을 먹인 뒤 옷 속에 손을 넣었다”고 했다. 청주대 연극영화과는 성명을 내고 “조씨의 성폭력은 사실이다. 현재까지 나온 모든 증언들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후 2007~2008년경 커피숍에서 근무하던 시절 조씨 차 안에서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는 여성, 조씨가 음란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해 보냈다는 여성 등이 등장하며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졌다.
결국 조씨 소속사였던 윌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1일 공식 입장을 내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성추행 증언들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조씨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출연 예정이던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도 하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충북경찰청이 지난 9일 “조씨가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현장 감식을 통해 자살이 맞는지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이 돼야 유서 등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