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의료기기 만들어 고발된 것도 억울한데…서울식약청 “민원실 이용 충북 오송 부서 허락받아라” 내쫓아

입력 2018-03-09 16:31 수정 2018-03-09 19:04



소아당뇨 아들 위해 의료기기 만든 엔지니어 엄마
무허가 의료기기 제조 혐의로 검찰 송치
서울지방식약청, 거짓 응대에 윽박지르기 까지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의료기기를 만든 엔지니어 출신 엄마 김미영씨가 고발당한 얘기를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취재대행소 왱’ 보도를 보고 변호사들이 무료 변론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이 법률 의견서를 내려고 찾아갔는데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민원인 대기실에도 못 들어가게 막고 담당부서를 찾자 없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수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회원)
“(환자편지) 초등학교 5학년 6월에… 소아당뇨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혈당 체크하느라 손가락을 너무나 많이 찌르다보니 부모님은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하지만 소명이 어머님(김미영씨)이 연속혈당측정기인 덱스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장애 없이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미영씨는 아픈 아들을 위해 해외 사이트를 뒤져 피를 안 뽑고도 혈당 체크가 가능한 의료기기를 발견했고 여기에 스마트폰 앱을 연동시켜 원격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알려지면서 수많은 소아당뇨환자 가족들이 도움을 요청했고 미영씨는 아픈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해 직접 체코에서 측정기를 구입해 대가없이 나눠줬는데 의료기기 불법 개조로 고발당해 식약처가 조사에 나선 것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영씨가 아들을 위해 ‘불가피하게’ 의료기기를 개조했다는 점을 검찰 송치의견에 명시했지만 혈당측정기에 무선기술을 결합하면 합선 및 폭발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소아당뇨 환아 어머님들은 지난 3일 서울식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미영씨가 개조한 연속혈당측정기 덕분에 아이들이 새벽잠 설치며 피를 뽑지도 않고 저혈당 걱정 없이 야외활동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정부가 이걸 처벌하려 들자 반발한 겁니다.



(김미영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대표)
“얼마 전에 제가 책을 읽었는데 아픈 아픈…사람에 대해서 국가나 사회가 오히려 차별을 통해서 아프게 한다는 그런 내용… 아픈 환아를 둔 부모들도 법이나 제도에서 차별받지 않고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그런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고요.”

혈당 원격 확인, 식약처 허가받아라?
생체정보 전송하는 아이폰, 의료기기 허가 받나

이날 기자회견에는 무료 변론을 맡기로 한 ‘스타트업법률지원단’ 변호사도 나왔습니다.



(성춘일 변호사)
“스마트폰 연동해서 혈당 자료를 볼 수만 있게 하는 장치를 이분(김미영씨)이 설치해주셨거든요. 그걸 무허가, 그러니까 의료기기 제조로 본 거예요. 스마트폰 같은데 보면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거리측정 하는 거, 그런 것도 다 의료기기에 해당되거든요. 그럼 과연 아이폰 같은 회사에서 해당 어플을 깔면서 다 식약청 허가 받고 했냐 그 말인거죠”

미영씨와 변호사는 기자회견 직후 서울식약청에 법률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식약청은 이 과정에서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민원인 대기실에 환자 가족을 못 들어오게 막았습니다. 대응 부서가 어딘지 물었지만 그런 부서가 없다고 거짓말도 했죠. 민원인 대기실에서 환아 어머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는데 서울식약청은 충북 오송에 있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한다고도 했습니다.


(서울지방식약청 관계자)
“저희 본부 쪽으로 통화를 하셔야 되거든요. 오송! 오송! 충북 오송! (저 지금 서울에 있는 삭역청 별관에 있거든요. 민원실 앞에?) 네네 그래도 그쪽에 (허락을 받을데가) 오송이니까…”

이렇게 부담스러워 할 일을 식약처는 왜 한 걸까요. 아픈 자녀를 둔 부모의 맘을 생각해봤을지도 의문입니다. 법과 규정도 결국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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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