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없는 맞춤시설에 ‘엄지 척’… 패럴림픽선수촌 24시

입력 2018-03-09 08:26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8일 강원도 평창선수촌에서 입촌식을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마련된 통로를 통해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평창=최현규 기자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선수들의 보금자리인 평창선수촌은 휴식과 경기력 회복을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장애인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안락한 환경과 맞춤형 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각국 선수와 관계자들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언론에 8일 공개된 102동엔 북한 선수단이 머물고 있었다. 밖에 걸린 인공기가 눈길을 끌었다. 공개된 75㎡(약 23평) 숙소에 방 3개를 5∼6명이 나눠쓴다. 각 방 문엔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편리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문턱이 없었다. 또 화장실에도 문턱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으며, 변기 옆엔 안전손잡이가 부착돼 있었다. 샤워부스엔 샤워용 의자가 비치돼 언제든 선수들이 편리하게 샤워를 할 수 있게 했다.

훈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102동 앞에 모습을 드러낸 북 선수단 관계자들은 취재진을 보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내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은 “반갑습니다. 식사들 하셨습니까. 불편한 거 없이 잘 지냅니다”라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을 아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노코멘트”라고 했다. 북 인사의 흔치 않는 영어 사용에 기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황 부장은 이어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을 사진기자가 찍자 “물 먹는 것까지 왜 찍습네까. 인권침해 하지 맙시다. 서로 존중합시다”라고 말했다. 언론에 노출이 잦은 고위 인사인만큼 기자들과의 대화에 스스럼이 없었다.

오토복 헬스케어가 운영하는 '휠체어 기술지원 센터' 직원이 8일 평창선수촌에서 한 선수의 의지보조기를 점검하고 있다. 평창=최현규 기자

평창선수촌 내의 레크리에이션센터에서 선수들이 미니 당구게임을 하고 있다. 평창=최현규 기자

101동에서 생활 중인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김태호 코치는 “선수촌이 편하고 잘 준비돼 선수들이 만족한다”며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의수·의족이나 휠체어가 고장날 경우 고쳐주는 ‘오토복 의지보조기 및 휠체어 기술지원센터’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찾아온 선수들로 북적였다. 센터에서 근무 중인 박철오 테크니션은 “휠체어나 스포츠 의족 등에 이상이 생기면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상의 장비와 노하우로 빈틈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휴식처인 레크리에이션센터엔 포켓볼, 비디오 게임, 테이블 사커, 핀볼 등 놀이 시설과 20대의 안마 기계가 배치돼 있다. 휠체어를 탄 선수도 모든 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올림픽 때도 있었던 놀이 시설과 안마 기계를 재배치하기도 했다. 레크리에이션센터를 맡고 있는 신규호 선수촌관리부 서비스팀 매니저는 “오후 4시쯤이면 안마 기계를 이용하는 선수들로 북적인다”고 귀띔했다.

피트니스센터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 중인 외국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한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올림픽과 달리 팔을 움직여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운동을 할 수 있는 패럴림픽용 유산소 운동기구 8대가 새롭게 들어섰다.

평창=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