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를 위기로 몰았던 ‘사학 스캔들’이 또다시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국회 해산과 중의원 선거 승부수로 봉합되는 듯했지만 이번에 재무성의 문서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학 스캔들은 2016년 사립학교 재단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초등학교 부지로 국유지를 사들이면서 감정가(9억3400만엔)의 14%에 불과한 1억3400만엔에 매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재단과 친분이 두터운 아베 총리 부부가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일 아사히신문은 재무성이 모리토모 학원과의 계약 시 작성한 문서를 변조해 국회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문서에 있던 “특례적인 내용이다” “본 건의 특수성” “학원 측 요청에 따라 감정평가했다” 등의 표현이 문서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문서 변조는 공문서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아소 다로 부총리가 이끄는 재무성이 조직적으로 법을 어겨가며 문서를 조작한 셈이 된다.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문서 조작 의혹을 더욱 키운 것은 재무성의 대응이다. 재무성은 조작 보도 이후 묵묵부답하다 지난 6일 “관련 문서가 (사건을 수사 중인) 오사카 지검에 있어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에 야당은 사실상 의정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재무성은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문서 사본을 제출했다. 제출된 것은 4종의 문서로 지난해 의회에 제출했던 문서와 같았다. 이에 야당이 다른 문서의 유무를 추궁했지만 재무성은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내놔 문서 조작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요이치 가에쓰대 교수는 산케이신문 기고에서 “정권과 아사히신문, 둘 중 하나가 쓰러지는 궁극의 싸움”이라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재무성이 해체되고, 오보라면 아사히가 위기”라고 썼다. 자민당 안에서도 “의혹이 사실이면 최소한 아소 부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