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 보따리’ 뭐 들었나… 비핵화 행동 옮길 ‘통큰 제안’?

입력 2018-03-09 07:29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에 보내는 ‘통 큰’ 제안은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조치가 될 전망이다. ‘김여정 대미 특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점진적 폐기와 핵 시설 가동 중단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 ‘북측이 영변 핵 시설 중단 의사를 밝혔느냐’는 질문에 “아직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할 단계까지 와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 실장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선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메시지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기보다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정성과 의지를 전달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서 북한의 메시지를 아는 사람은 특사단 5명과 문재인 대통령 뿐”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의 비공개 구두 메시지를 직접 전달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탄두 소형화와 이를 실어 나를 ICBM 재진입 기술 확보를 북한 핵 능력 완성의 마지막 과제라고 보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핵 능력을 완성하려면 추가 실험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이미 ‘대화 중엔 전략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라며 “김정은이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조건부, 단계적 폐기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 특사’는 북·미 대화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성을 부각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한국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정 실장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여러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고, 여기엔 김여정을 미국에 특사로 보내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한국에 특사로 보내 남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풀었던 것처럼 미국에도 보낼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송환 문제는 미국 내 반북 감정을 누그러뜨려 대화 여건을 조성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북한은 최근 대미 라인을 재정비했다.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이던 최선희가 부상으로 승진하면서 이용호 외무상, 김계관 제1부상, 최 부상으로 진용이 짜였다. 북한에선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이 핵 문제를 담당한다. 직전 부상이었던 한성렬이 김계관 자리로 승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