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의 한국야구 ‘유턴’에도 불구하고 남은 이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미국프로야구(MLB) 개막을 앞둔 ‘코리안 메이저리거’ 3인방은 변신 중이다. 추신수는 타격폼을 수정했고, 오승환은 슬라이더의 위력을 되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류현진은 투심패스트볼을 장착, 더욱 무서운 투수가 되려 한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는 지난 7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타수 3안타로 활약했다. 8일 결장하며 시범경기 타율은 그대로 0.462다.
그의 고타율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연마한 ‘레그킥’의 효과이기도 하다. 추신수는 그간 오른발 뒤꿈치만 들어 올린 상태에서 공을 기다렸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오른발을 들어올렸다가 강하게 내디디며 타구에 힘을 싣고 있다. 추신수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 18년간 다른 방법을 사용했지만 많은 선수들이 레그킥으로 성공을 거뒀다. 한번 해 보겠다”고 했다.
추신수의 선택은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발사각’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추신수는 지난해 2016년보다 땅볼 아웃 타구가 늘어났고, 수비 시프트에 고전했다”며 “레그킥은 궁극적으로 공을 띄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허 위원은 “위험 부담도 덜하다”고 말했다. 레그킥을 시도하다가 잘 맞지 않으면 언제든 원래의 폼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합류, 라이브피칭을 시작한 오승환은 새로워진 슬라이더 제구와 무브먼트로 팀 동료와 코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투수코치 피트 워커는 “오승환의 팔 스윙이 아주 멋지다. 특히 슬라이더가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에이스 마커스 스트로먼은 35세의 오승환이 슬라이더를 바꿨다며 칭찬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자주 구사한 슬라이더는 2016년 ‘언히터블’이었지만, 지난해에는 그저 그런 공이었다. 2016년 0.164였던 피안타율은 지난해 0.280으로 치솟았다. 토론토는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2016년에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흘러나갔지만, 지난해에는 홈플레이트 근처에 머물렀다는 점을 지적했다. 워커 코치는 “슬라이더로 구석을 좀더 활용해야 한다”며 “우리는 오승환을 얼른 게임에 내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은 ‘신무기’ 투심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어깨 수술 이후 약해진 직구의 위력을 대신해줄 ‘변형 직구’인 셈이다. 그는 지난 6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비공식 게임을 치른 뒤 “그라운드볼은 다 투심으로 잡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우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컷패스트볼을 배워 잘 활용했다. 컷패스트볼의 반대 방향으로 휘는 투심패스트볼까지 자유롭게 구사하게 된다면 류현진은 지금보다 더욱 편안하게 좌타자를 승부할 수 있다. 타고난 투구 감각은 류현진의 투심패스트볼 활용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허 위원은 “3개를 던지면 2개는 원하는 대로 들어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끊임없는 변화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메이저리거들의 공통점이다. MLB 스프링캠프 현장을 둘러본 허 위원은 “클레이튼 커쇼가 자꾸만 류현진과 짝을 이뤄 캐치볼을 하려고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천하의 커쇼라 해도 기존의 레퍼토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류현진과 서클 체인지업 등 새로운 구종에 대해 대화하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