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문에 수억 원 쓴 국정원…이현동 공소장에 담긴 DJ 비자금 사건

입력 2018-03-09 06:39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대북공작금을 받고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조사에 협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현동(62) 전 국세청장의 공소장이 공개됐다. 공소장에는 국정원이 허위정보를 돈을 주고 사고 국정원 간부가 국세청장을 찾아가 진행상황을 브리핑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8일 이 전 국세청장의 공소장을 입수해 공개했다. 공개된 공소장에는 2010년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를 한 사건의 내막이 담겼다. 해당 사건의 작전명은 데이비슨이다. 이희호 여서와 3남 홍걸씨가 관리하는 미국 서부지역 은행의 비밀계좌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국정원은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고 판단하고 국세청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국정원장은 원세훈 전 원장이다. 원 전 국장은 국세청 시스템으로 돈의 흐름을 쫒고 현지에 급파된 역외탈세 전담팀이 계좌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결론은 헛소문이었다. 국정원은 그 과정에서 정보 하나를 3500만원에 사기도 했다.

2004년 김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의 측근이 미국 뉴욕 건물 매수에 쓴 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국정원은 진위 파악에 나섰지만 헛소문으로 결론 났다. 국정원은 이 두 건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데 무려 6억 원의 돈을 썼다. 이는 모두 대북 공작금이었다.

국정원 대북공작 국장은 국세청장실에서 이 전 청장에게 도표를 그려가며 작전 상황을 브리핑했다. 당시는 이 전 청장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이 제공된 시점이다.

결국 이 전 국세청장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원 전 국정원장의 요구에 따라 2010년 5월~2012년 4월까지 대북공작금 5억3000여만원과 5만 달러를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명목으로 사용한 혐의다.

앞서 이 전 청장과 범행을 공모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 김모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지난달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국장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비위 사실 추적에 대북공작금을 사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