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겨울 추천 여행지’, ‘여자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 등 인터넷에 여행에 관한 키워드만 검색해도 관련 정보가 무궁무진하다. 친절히 여행코스와 맛집, 예상비용까지 짜서 나열해놓은 덕분에 마음이 내키는 적당한 곳을 골라 떠날 준비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가 추천하는 정보가 아닌, 나만 할 수 있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여행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
바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린 만년필 그림과 필름카메라로 찍은 감각적인 사진, 여행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담은 에세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의 정은우 작가이다.
여행에 관한 그의 신념에 공감한 덕분인지 그가 운영 중인 네이버 블로그 ‘Na Und’와 네이버 오디오클립 ‘여행예술도감’은 지금까지 무려 460만 명이 방문하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정은우 작가는 소설가 카뮈의 무덤을 찾아 프랑스 루르마랭을 여행하고, 쇼팽의 흔적을 찾아 폴란드 바르샤바를 헤맨다. 일본 시즈오카나 쿠바 아바나에서는 그냥 걷고 싶은 만큼 걷고, 캐나다 처칠에서는 오로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여행의 기쁨을 만끽한다.
꼭 가야 하는 관광지를 가보지 않아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 정은우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거나 터무니없는 길로 접어들어 발바닥에 물집이 터지도록 걷기도 하는 등 결코 만날 수 없는 것들을 만나면서 생겨나는 소란이고, 눈물 날만큼 힘들어 영원히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는 드로잉북, 만년필, 필름카메라가 함께한다. 같이 웃던 상대의 표정, 불어오던 바람, 몸을 감싸던 햇살 같은 것을 여행의 기억에 가지런히 남기기 위해서다.
여행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가장 훌륭한 노력이며 그 노력은 여행지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믿는 작가는 여행 중에 마주친 사소한 모든 것을 쓰고, 필름카메라로 찍고, 만년필로 그린다.
특히 따뜻하고 세심한 관찰이 엿보이는 만년필 그림은 이 책 전체에 특별하고 낭만적인 색채를 불어넣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