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별사절단은 1박2일간의 평양 방문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집권 이후 한 번도 외부에 자신을 공개하지 않은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 위원장은 이번 특사단과의 만남에서 대담한 외교스타일, 철두철미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고 청와대는 평가했다.
청와대는 8일 특사단의 방북 후일담을 일부 공개했다. 특사단이 귀환 후 김 위원장의 외교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더라”고 평가를 내렸던 이유를 엿볼 수 있다.
5일 오후 2시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특사단은 약 3시간 뒤인 오후 6시에 김 위원장을 전격 접견한 뒤 만찬회동을 했다. 접견·만찬 장소는 그동안 남측에 공개된 적이 없었던 조선노동당 본부였고, 시간도 4시간12분간이나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에게 스스럼없는 태도를 보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우리 언론이나 해외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와 이미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런 평가와 이미지에 대해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다뤄지는 부정적 평가와 조롱섞인 평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도로 대담하고 솔직한 성격을 드러냈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밝힌 ‘베를린 선언’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필요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는 특사단이 김 위원장의 ‘배려심’을 느낀 순간도 여럿 있었다고 소개했다. 수석대북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맞은편에 앉은 정 실장이 테이블을 돌아서 친서를 주려하자 김 위원장도 같이 일어서서 테이블 중간에 만나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순안공항에서 고방산 초대소를 거쳐 노동당 본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 고방산 초대소에서 북측이 제공한 리무진을 타고 노동당 본부에 내리자 바로 앞에 김 위원장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과의 접견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앞서 특사단이 북측과 합의한 ‘6개 항목’은 김 위원장과의 접견 자리에서 사실상 다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민감한 현안 관련 해법으로 고심하던 특사단에게 먼저 “(여러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며 대화를 주도했다. 특사단은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은 몇 가지 난제를 말끔히 풀어가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약 1시간의 접견이 끝나고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10분 정도 쉬고 안내를 받아 옆방의 만찬장으로 가는데 그 방에서 나가자마자 만찬장 문 밖에서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기다리고 있었다”며 “특사단 5명에게 한명한명 손잡고 따뜻하게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