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유’ 하겠다던 인권위…‘성범죄’ 직원이 조사관으로?

입력 2018-03-08 16:00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추행 전과가 있는 직원에게 성범죄 등 인권침해 사건의 조사관 업무를 맡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8일 인권위에 따르면 조사국 직원 A씨는 2014년 부하 직원 B씨를 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근무 중이다.

당시 A씨는 인권위 기획재정담당관실에서 일하던 부하 직원 B씨를 회식 자리와 사무실에서 수차례 성추행하고 희롱했다. B씨는 A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A씨는 회식 자리에서의 신체접촉을 한 점이 인정돼 벌금 300만원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받았다.

당시 A씨는 이 일로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고, 현재까지 인권위 조사국에서 근무 중이다. 특히 A씨는 성추행, 성폭행 등과 같은 인권침해 피해자와 접촉해야하는 조사관 업무를 수년간 맡고 있다. 반면 피해를 당한 B씨는 사건 직후 직장을 옮겨야 했다.

B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인권위 내부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히며 “그러나 당시 사무총장이 가해자에 대한 내부감사에 착수하지 말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 동안 겪은 정신적 고통과 분노를 토로하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징계 규칙 내 징계양정기준에 품위유지의무위반에 관한 규정이 있다”며 “정도와 과실에 따라 정직과 감봉 처분이 내려지는데 이 기준에 의거해 (A씨의) 감봉 1개월 처분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를 팀장직에서 해제하는 인사 조치도 있었고 여러 조사 업무 중 여성차별과 성희롱 등의 업무에서는 A씨를 배제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가공무원법은 성범죄 혐의로 벌금 3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은 공무원을 당연퇴직하도록 하고 있다. A씨 역시 여기에 해당되지만, 2015년에 개정된 규정이라 2014년 범죄를 저지른 A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A씨에게 현행 규정상 줄 수 있는 불이익은 모두 적용한 상태라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앞서 인권위는 전날 제110회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권력형 성희롱 직권조사를 확대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인권위는 “성희롱, 성폭력을 당해도 피해자가 안심하고 말할 수 있고 보호받는 사회와 제도를 만들기 위해 피해자와 함께 하는 ‘#위드유(#With You)’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