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명 ‘미투피해자보호법’을 8일 대표 발표했다. 현행 형법은 사실을 적시하는 명예훼손도 처벌하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약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진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구체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 ‘성폭력 범죄 피해 사실’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 사실’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진 의원은 “최근 사회 전반에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며 “하지만 현행법상 사실을 말해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어 피해자들의 고백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경우 긴 기간 동안 재판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 경험을 반복해 진술해야 해 2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말 못하고 있을 피해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피해사실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가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우리 국회가 피해자 인권 보호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307조 1항)고 명시했다. 즉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시해도 처벌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며 예외적으로만 처벌을 면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조항은 피해를 당한 사람의 입을 막는 도구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