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와 대한민국의 성장에는 여성들의 기도와 눈물이 녹아있습니다. 가장 약하고 낮은 곳으로 향했던 이들의 사랑이 기독교 정신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경기도 고양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50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 내용의 상당 부분을 여성 이슈에 할애했다. 이날이 올해부터 법정기념일이 된 ‘세계 여성의 날’이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려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궐기한 것을 기념하면서 시작됐다. 1975년 유엔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땅의 여성들은 정말 강하다. 신앙과 사랑에 있어 더욱 그렇다”며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평생 고아를 돌본 고 조수옥 전도사(1914~2002)와 기독교 전파에 힘썼던 고 문준경 전도사(1891~1950)의 삶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조 전도사는 1938년 경남 사천 삼천포교회 전도사로 재직 중 사천경찰서로 끌려가 신사참배를 강요당했다. 일제에 저항하다가 1940년 체포돼 스물여섯의 나이에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1941년부터 평양형무소에 수감돼 있다가 1945년 8월 해방과 함께 출옥했다.
조 전도사는 감옥 생활 중 많은 고아들을 만났다. 이때 만난 아이들이 눈에 밟혀 1945년 8월 사재를 털어 마산 장군동(현재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장군동)에 아동복지시설 인애원을 설립했고, 다음 해 10월 정식으로 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조 전도사는 이후 평생을 고아와 약자들을 위해 헌신했다.
문 전도사는 전남 신안 일대에서 사도 바울과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1927년 회심한 다음 신안 근처 다도해의 섬을 돌면서 복음을 전하고 진리 중동리 대초리 방축리교회 등을 설립했다.
그는 1950년 10월 증동리교회 근처 바닷가에서 남한 자생 공산당원들에 의해 죽창에 찔려 순교했다. 섬 주민들에게 열성적으로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의 추모비에는 ‘병든 자의 의사, 문맹퇴치 미신타파의 선봉자, 우리들의 어머니’라는 문구가 기록돼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운동’(#MeToo·나도 당했다)에 대한 교회의 위로와 기도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미투운동으로 드러난 여성들의 차별과 아픔에 대해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한국교회가) 고통 받은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기도를 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고양=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