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경우 벌어질 촛불집회에 대비해 무력 진압을 모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8일 성명을 통해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 당시 군이 무력진압을 모의했다는 복수의 제보자 증언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임 소장은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국방부 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기각할 것에 대비해 군 병력 투입을 주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분분했다”며 “당시 수도방위사령관 구홍모 중장(육군참모차장 육사40기)은 직접 사령부 회의를 주재하며 ‘소요사태 발생 시 무력 진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군 인권센터는 이러한 논의가 가능했던 이유로 위수령(대통령령 제 17945호)을 들었다. 군 인권센터는 “위수령은 대통령 명령만으로 치안유지에 육군 병력을 동원하는 조치로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부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근거법도 없이 제정한 시행령”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1965년 한·일 협정 체결 반대 시위,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부정 규탄 시위, 1979년 부마항쟁 시위 진압 시 발동된 적이 있다
위수령은 또 대한민국 법률 체계에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법령으로 폭력 행위를 하는 시위대에 총기를 발포해 진압할 수 있고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
임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시 위수령을 선포하여 촛불혁명에 나선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는 상황을 예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정황은 탄핵 심판 중 한민구 전 국방장관이 위수령 폐지를 반대한 데서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수령 존치 시도는 국방부 법무관리관 주도 하에 이루어졌는데, 당시 법무관리관은 청와대 파견 법무관들과 자주 연락하며 교감했기 때문에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군 지휘부, 법무계통이 은밀히 모의하여 위수령을 활용, 탄핵 부결 시 군 병력을 투입하는 ‘친위쿠데타’를 기획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친위쿠테다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한민구 전 국방장관, 구홍모 육군참모차장 등 위수령 존치를 통한 친위쿠데타에 관련된 군 지휘부, 법무계통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내란 음모 혐의로 낱낱이 색출하여 엄단해야 한다”면서 “독재정권의 잔재인 초법적 ‘위수령’을 즉시 폐지하고 개헌 시 계엄령 발동 조건을 엄격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말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집회가 들불처럼 번지자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계엄령 준비설’을 공개 언급했다.
추 대표는 11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시켜서 물리적 충돌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돈다”고 말했다. 당시 추 대표는 계엄령과 관련해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추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계엄령 발언에 대해 뒷얘기를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9월 국민TV 맘마이스에 출연해 “실제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 측의 관련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 시민이 위협받는다면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몇 군데 소스를 갖고 먼저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며 “(실제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고 거듭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정보의 시대며 그 정보를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이라며 “5·18을 저지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라는 것을 미리 일깨워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