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불길이 의료계에도 번졌다. 특히 국내 ‘빅5’로 불리는 유명 대형 병원에서 의료계 미투의 첫 주자가 등장해 대중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8일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다 교수의 성폭력을 견디지 못해 사직한 간호사의 미투 사례를 보도했다.
미투 대열에 뛰어든 사람은 피해자가 아닌 동료 교수들이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기획인사위원회 소속 교수 12명은 동료 A교수가 그동안 의과대학생과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저지른 부적절한 행위를 고발하는 내부 보고서를 8일 언론에 공개했다.
내용은 이렇다. A교수가 2013년 워크숍에 참석한 간호사들을 상대로 성희롱이 담긴 언행을 했다는 것이다. A교수의 성희롱 대상이 된 한 간호사는 그 충격으로 병원을 옮겼다가 결국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들은 당시 피해 간호사들을 비롯한 목격자들이 병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는 폭로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A교수가 연구원, 간호사, 전공의, 임상강사 등을 지내는 여러 여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성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투서가 대학본부 내 인권센터에 접수됐으나, 후속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그 외에 A교수는 술에 취한 채로 지도학생들에게 했던 성희롱적 발언이 문제가 돼 지도교수에서 배제된 적도 있다.
교수들은 병원 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단체로 미투 폭로에 나섰음을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는 ‘음해’라며 법적 대응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사직업윤리위원회에서 세밀하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연합뉴스에 전했다.
앞서 7일 서울아산병원에서도 미투 폭로가 등장했다. 의료계 첫 미투 사례다. 동아일보는 현직 의대 교수 B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 한 일이 있었다는 C씨의 폭로를 이날 보도했다.
C씨는 사건이 있었던 1999년 3월 당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었다. B교수는 여러 명이 참석한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C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함께 택시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B교수가 향한 곳은 근처 호텔이었고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성폭행을 시도했다.
C씨는 B교수가 자신의 완강한 거부에도 계속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호텔을 빠져나갔다고 폭로했다. 이후 C씨가 부모님과 함께 B교수를 찾아갔지만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고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C씨는 인턴을 마친 뒤 미국 유학에 나서 현재 미국에서 의사로 재직 중이다.
B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C씨가 구토를 하고 몸을 가누지 못해 가까운 호텔 방을 잡아 데려다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C씨는 구토한 적이 없으며, 그런 상태라면 호텔이 아닌 병원 숙소로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