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삼킨 지구…‘플라스틱 제로’ 전 세계 최우선 과제

입력 2018-03-08 10:18
게티이미지뱅크

몸길이 4m에 달하는 거대한 고래 사체가 스페인 한 해변가로 떠밀려왔다.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했다. 무심코 쓰다 버린 플라스틱이 환경을 훼손하고, 고래의 생명까지 삼켜버리고 있다.

그동안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돼왔지만 ‘아직은 괜찮다’는 안일함 속에서 대단위 연구는 진행되지 않아왔다.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는 실정이다. 플라스틱은 자연과 고래를 넘어 인간을 노리고 있다. 방법은 ‘안 쓰는 것’뿐이다.

◇ ‘바다의 제왕’까지 삼켜버린 플라스틱

BBC는 지난달 5일 멕시코 만, 지중해, 뱅골 만, 산호삼각지대 등에 서식하는 고래들은 하루 수백 개의 플라스틱 조각들을 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포시 교수는 “멕시코 바자반도 인근 코르테즈 해에 살고 있는 고래상어가 하루 평균 2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플라스틱들을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게마노프 교수는 “방치할 경우 고래는 물론 한 바다 생태계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큐멘터리 ‘블루플레닛2’에서는 이 내용을 담았다. 고래가 플라스틱을 삼키는 모습을 본 영국에 사는 6살 난 해리슨은 집 근처 마트 알디 사장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아이의 편지 안에는 “부디 재활용이 안 되는 플라스틱 사용을 멈춰주세요. 또 다른 고래의 죽음을 막아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알디 대변인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마트 사장에게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달라"고 편지를 보낸 해리슨의 모습. 영국 데일리메일

세계적 관광명소 인도네시아 발리 섬 역시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7일 영국 잠수부는 수중촬영을 통해 실태를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수면을 가득 뒤덮은 산더미 같은 쓰레기 섬과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 속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떠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이 지역은 대형 가오리가 서식하는 유명한 스킨스쿠버 명소지만 촬영하는 동안 발견한 가오리는 1마리뿐이었다고 전했다.



◇ 플라스틱 사용반대에 나선 사람들

지난 5일 호주 현지 언론은 대표 마켓 울워스 한 매장에서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팔리는 바나나를 다뤘다. 여론은 곧바로 들끓었다. 필요없는 플라스틱 포장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나나는 그 자체가 이미 자연적으로 껍질로 포장되어 있는데 신선도와 아무 상관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얼마 전 영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깐 양파’가 올라오자 소비자가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깐 양파’를 포장하는 플라스틱을 지적하며 ‘거대한 흉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플라스틱 포장이 환경을 위협할 거라는 지적이다.

◇ 과제는 ‘플라스틱 제로’다

영국 현지 언론은 지난달 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최초 플라스틱 제로 슈퍼마켓 ‘에코플라자’가 문을 열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슈퍼마켓은 매장 일부를 ‘플라스틱 없는 코너’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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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는 “25년안에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없애겠다”는 환경 정책 청사진을 1월 11일 내놨다. 영국 대형마트 ‘아이슬란드’는 2023년까지 자사 1000여종 제품에 쓰이는 플라스틱 포장지를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음료업체 역시 동참하고 있다. 펩시, 에비앙, 네슬레 등은 완전히 자연분해가 되는 용기를 선보였다.

유럽연합(EU) 역시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용기의 재활용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 비율을 현 30%에서 2030년까지 5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EU가 대대적인 플라스틱 정책을 세운 배경에는 중국의 폐기물 정책 변화가 있다. 중국은 2016년 기준 전 세계 재활용 쓰레기 절반에 해당하는 730만t을 수입해 재활용해왔지만 자국 내 환경오염이 심해진다는 이유로 1월 1일부로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에 폐기물 처리를 의존해 온 유럽은 쓰레기를 묻거나 소각하는 대신, 유럽 내 재활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