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 박해진x오연서 이 조합, 진작 만났어야

입력 2018-03-07 18:47

박해진이 유정을, 오연서가 홍설을 연기한다. 그야말로 만화를 막 찢고 나온 듯한 싱크로율. 완벽에 가까운 캐스팅을 실현시킨 영화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달콤 쌉싸름한 뒷맛을 남겼다.

순끼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인트’는 전형적인 캠퍼스 로맨스다. 완벽해 보이지만 어딘지 베일에 싸인 교내 킹카 유정(박해진)이 평범한 여대생 홍설(오연서)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사건이 벌어진다. 영화화하면서는 스릴러적 성격을 더해 극적 재미를 살렸다.

드라마에서 유정 역을 소화했던 박해진이 영화에서도 같은 역할을 소화했다. 김고은이 연기했던 홍설 역은 원작 캐릭터와 가장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오연서가 맡게 됐다. 나머지 캐스팅도 거의 다 바뀌었다. 홍설을 짝사랑하는 백인호 역에는 박기웅, 백인호의 누나 백인하 역에는 유인영, 홍설의 단짝 장보라 역에는 산다라박이 합류했다.

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해진은 “같은 원작으로 두 번 연기를 했기 때문에 부담이 컸던 건 사실”이라며 “16부작 드라마도 짧다고 생각했는데 2시간 안에 모든 걸 담아내야 한다는 점이 고민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박해진의 말처럼 원작의 내용을 113분 안에 담기란 역부족이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기에 그리 적합한 선택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 집중을 했더라면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애써 우겨넣었으나 그 이음새들이 매끄럽지 못하다.


연출을 맡은 김제영 감독은 “두 시간짜리 시나리오를 만드는 게 힘들었던 건 맞다”며 “워낙 분량이 많은 데다 그 안에서 인물의 감성선이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쌓아가기 때문에 무언가를 놓치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나리오 단계에서 범위를 정하는 작업을 가장 먼저 했다”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를 뽑아낼지부터 결정했다. 챕터2 정도까지 인물 소개를 하고 그 이후에 백인호 오영곤(오종혁) 등 갈등 유발 캐릭터를 배치해 사건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스릴러 요소에 힘을 싣다 보니 다소 위험한 설정도 들어갔다.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소라넷 여성범죄를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제작진도 그 지점이 우려스러웠다. 최대한 직접적 묘사를 피했다. 원작의 사건을 영화적으로 각색할 때 단순히 자극적인 게 아니라 시의성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각색해서 녹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꽤나 훌륭히 구현해낸다. 특히 박해진 오연서의 ‘케미’는 원작 그대로다. 둘 사이의 오묘한 애정선이 보는 이마저 간질간질하게 한다. 박해진은 “드라마는 (감정을) 쌓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편안해보였다면 영화는 어색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해서 그 어색함이 더 효과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웃었다.


‘치인트’ 가상 캐스팅에서 늘 1순위로 꼽혔던 오연서는 “외모가 홍설과 닮았다는 얘기를 예전부터 들었다”며 “원작과 드라마가 워낙 큰 사랑을 받았던 터라 촬영에 들어가기 전 부담이 된 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하지만 홍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저만의 홍설을 만들고 싶었다. 홍설이 당황하는 표정이나 말투에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나왔으면 했다. 여러분이 상상하신 홍설에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다수 주연배우의 실제 나이대가 30대다. 푸릇푸릇한 대학생을 연기하는 데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해진은 “드라마가 나온 지 햇수로 3년이 됐다”면서 “그때도 약간 무리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른여섯이 돼서 (영화를) 개봉하다 보니 조금 민망함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들은 이 영화를 ‘로맨스릴러’라고 소개했다. 로맨스에 스릴러를 더한 장르라는 것이다. 오연서는 “우리끼리는 ‘로맨스릴러’라고 하는데, 관객 분들도 예쁘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가시라”고 말했다. 박해진도 “재미있게 관람하시고 몽글몽글한 감성을 갖고 가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