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를 정리하라’는 보수 야당 대표들의 경질 요구에 “(문제가 되는) 문 특보의 발언은 전체 강연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부만 문제 삼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사실상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문 특보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같이 말했다고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유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 특보가 하고 다니는 말이 한·미동맹을 해치고 있다”고 말하며 문 특보의 경질을 요구했다. 옆에 있던 홍 대표는 “문정인 특보가 한·미 관계를 이간하고 있다”며 “유 대표의 말은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각료들의 생각이 모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큰 틀이 같으면 각론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특보의 발언은) 한·미 동맹을 건강하게 하지 해치지 않는다”며 “문 특보는 비선 논란이 있을까봐 특보를 준 것이고 상근이 아니고 일종의 자문을 얻기 위해 둔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신경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야당의 문 특보 교체 요구에 문 대통령이 “그러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특보를 들여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신 수석대변인도 이와 관련해“(문 특보 관련 대화를 할 때) 차분하던 문 대통령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