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보수野, ‘문정인 경질 요구’로 신경전?

입력 2018-03-07 16:23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오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오른쪽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를 정리하라’는 보수 야당 대표들의 경질 요구에 “(문제가 되는) 문 특보의 발언은 전체 강연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부만 문제 삼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사실상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문 특보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같이 말했다고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유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 특보가 하고 다니는 말이 한·미동맹을 해치고 있다”고 말하며 문 특보의 경질을 요구했다. 옆에 있던 홍 대표는 “문정인 특보가 한·미 관계를 이간하고 있다”며 “유 대표의 말은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각료들의 생각이 모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큰 틀이 같으면 각론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특보의 발언은) 한·미 동맹을 건강하게 하지 해치지 않는다”며 “문 특보는 비선 논란이 있을까봐 특보를 준 것이고 상근이 아니고 일종의 자문을 얻기 위해 둔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신경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야당의 문 특보 교체 요구에 문 대통령이 “그러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특보를 들여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신 수석대변인도 이와 관련해“(문 특보 관련 대화를 할 때) 차분하던 문 대통령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