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100년 된 나무 베어 패션쇼 꾸몄다”

입력 2018-03-07 14:26
샤넬 공식 인스타그램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패션쇼 무대 치장을 위해 100년 된 나무들을 베어내 전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뭇매를 맞고 있다.

샤넬 부흥을 이끈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85)는 6일(현지시간) 파리 중심부 미술관 그랑팔레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그는 한겨울의 적막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도록 쇼를 연출했다.

패션쇼 무대를 아예 숲 속을 연상케 하도록 단장했다. 수 톤에 달하는 낙엽들을 흩뿌려 놓는가 하면 중앙에는 이끼로 뒤덮인 키 큰 참나무를 심었다. 손님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 벤치 여러 개를 만들기까지 했다.

샤넬 공식 인스타그램

샤넬 공식 인스타그램

패션 비평가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연이 숨 쉬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샤넬이 자연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한겨울 정취를 표현해낸다며 100년 된 나무들을 베어냈다는 것이다.

프랑스 환경단체 ‘프랑스자연환경'(FNE)은 이 패션쇼를 ‘이단’이라고 비난했다. 샤넬이 자연 보호 정신을 훼손하고 초록의 이미지를 더 부각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FNE는 “샤넬이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관계없이 이 패션쇼는 실패했다”면서 “몇 시간 진행되는 패션쇼를 위해 숲 속 나무들을 찍어 넘기고 다 쓴 뒤에는 폐기물통에 집어 던지는 게 자연의 속성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샤넬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패션쇼에 동원된 참나무와 포퓰러나무는 서부 프랑스에서 가져온 것으로 모두 100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샤넬은 “나무를 사들이면서 행사 후 나무를 베어낸 곳에 100그루의 참나무를 새로 심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샤넬은 지난해 플라스틱 공해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당시 폴리염화비닐(PVC)을 주제로 한 패션쇼를 연출했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