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입학 시즌이다. 3월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 많아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아마도 부모님들의 불안이 높아지기 때문일 게다.
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 시키는 부모님들은 특히나 걱정이 않다. 아이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님들에게 가장 큰 걱정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아이가 입학해서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까?’ ‘학교 폭력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 1.2위를 다툰다.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이다.
‘대인관계, 사회성이 좋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라고 질문을 던지면 외향적이어서 활발하고 친구를 잘 사귀는 것, 사교성이 좋은 것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내성적인 아이들은 사회성이 부족한가? 그렇지 않다. 외향적인 사람보다 친구를 쉽게 사귀지는 못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좋고 사려 깊어 사회성이 더 좋을 수 있다. 또 유머감각이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 모두 사회성이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반응해 주는 사람이 친구 관계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아이가 수줍음이 많다고 너무 걱정 할 일은 아니다. 시간은 걸리지만 이런 아이들도 스스로 친구를 잘 사귀고 관계를 잘 유지한다. 오히려 성격의 유연함이 부족한 경우 즉 고집이 세거나 자신의 생각을 지나치게 확고하여 자기 주장이 강하여 타협이 되지 않는 아이들이 더 문제이다.
사회성은 선천적인 능력일까? 기질 연구가들은 타고난 ‘사회적 민감성’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아가 남아보다 사회적 민감도가 높게 태어나는 경향이 있다. 아주 어린 영유아기에는 잘 분별이 안 되지만, 만 3세를 넘긴 유치원 아이들 정도가 되면 아이의 '사회적 민감성'의 차이를 조금씩 알아챌 수 있다.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아이들은 또래와 놀기를 즐겨하며, 또한 사이좋게 노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좋아 눈치가 빠르고 배려심이 있고 공감을 잘해 주어 인기가 있다. 하지만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아이들 중에는 또래를 좋아해서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자주 분쟁을 야기하고 귀찮게 해서 기피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사회성이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어린 아이의 타고난 ‘사회적 민감성’을 알 수 있을까? 아이가 사람들과 함께 있기를 좋아하는지, 혼자 놀기 보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지, 다른 사람들로부터 기운을 얻는지, 다른 사람들이 다독여 주거나 안심시켜 주면 불안해하던 것을 멈추는 경향이 있는지 등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반대로 사회적 민간성이 낮은 아이들은 남의 칭찬에 민감하지 않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어려서도 폭 안기는 것에 저항하는 경향 있고 부모가 자기에게 미소 짓는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구하지 않는다.
아이가 사회적 민감성이 높고 낮은 것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이런 기질의 특성은 억지로 뜯어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특성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면 되는 거다.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아이들은 대인관계에는 불리한 점이 있으나 감정이 예민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반응에 연연하지 않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독립적이어서 공부, 운동, 일 등에 몰입할 수 있다. 반면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들은 대인관계가 좋지만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다른 사람에 너무 의지 할 수 있다는 있다.
우선 아이의 사회적 기질을 정확히 파악하자. 단점을 보완해 주고 장점을 살려 주는 게 부모가 할 일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