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전계헌 총회장, “김영우 총장은 사유화 위한 노략질 멈추고 물러나라”

입력 2018-03-07 11:43
서울 동작구 총신대 정문 입구. 총신대 정관 회복과 김영우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전계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은 5일 학사일정 파행을 겪고 있는 ‘총신대 사태’와 관련해 전국교회에 목회서신을 발송하고 각 당사자들이 역할을 감당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 총회장은 서신에서 “거룩하고 경건해야 할 신학교 교정에 폭력이 난무하고 용역들은 완력으로 우리 자녀들을 밀쳐내었으며 총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들마저 총장 퇴진과 정관 복귀를 주장하고 나섰다”며 “현재의 분쟁은 개혁신학을 빙자한 오만과 탐욕이 총회의 소유인 총신대를 빼앗아 사유화하기 위한 노략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회는 지난 100년간 매년 지도자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았지만 총신대는 유독 1인에 의해 지도력이10년째 사유화되면서 오늘의 참담한 결과를 가져 왔다”면서 “모든 동역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회법이 아닌 사회법에 기대 총회의 자산을 소수의 무리들이 주장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욕되게 하는 그릇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전 총회장은 총신대 재단이사회, 김영우 총신대 총장, 총회 지도자, 총신대 교수 및 직원, 총신대 학생을 향해 ‘각자의 역할을 맡아줄 것’을 호소했다. 재단이사회에 대해선 “속히 이사회를 소집해 정관을 재개정하고 총신대의 발전에 필요한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했으며 김 총장을 향해선 “총장으로서의 모든 권위와 신뢰를 잃었음을 인식하고 즉시 물러나라”고 제언했다.
총회 지도자들을 향해선 “몇몇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총회의 타락하고 추악한 정치풍토를 쇄신하지 못한다면 총회 정치현장을 떠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총신대 교수 및 직원들에겐 ‘자신의 자리와 이익만을 위해 내부 편당을 짓던 구태에서 벗어나 한국교회의 미래를 도맡을 유능한 인재 양성만을 목표로 헌신할 것’을, 학생들에겐 ‘더 많이 기도하고 토론하면서 다음 세대를 책임질 동지들과 함께 다음 세대의 길을 열어줄 것’을 당부했다. (아래는 서신 전문)


"모든 당사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길을 찾아주십시오"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베푸신 은혜와 평강이 우리 총회와 산하 교회 위에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본인은 총신문제 때문에 겪고 있는 이 혼란과 아픔을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다시 소망되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이름을 부릅니다.
“아버지, 이 고통의 시간을 줄여 주옵소서. 우리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물론 거기에는‘ 우리가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원하는 길로 돌아서면’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본인은 장기화된 총신사태가 지난주를 넘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학교운영의 심장부인 전산실의 마비, 중요한 학사일정 중 하나인 순탄치 못한 졸업식, 입학식과 개강 연기 그리고 가장 존경받아야 할 총장이 용역의 힘을 빌려 총장실을 나서야 하는 비극적 상황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거룩하고 경건해야 할 신학교 교정에 폭력이 난무하고, 용역들은 완력으로 우리 자녀들을 밀쳐내었으며, 총장이 임명한 보직교수들마저 총장 퇴진과 정관 복귀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또한, 교수·직원들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총장과 이사들의 학교 찬탈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언론들은 우리의 자존심이었던 총신을 희화하므로 총신을 사랑하는 모든 교회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당사자들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퇴진하거나, 정관을 회복시켰더라면 현재 상황까지 도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재의 분쟁은 개혁신학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닙니다. 이것은 개혁신학을 빙자한 오만과 탐욕이 총회의 소유인 총신을 빼앗아 사유화하기 위한 노략질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총회는 지난 100년간 매년 총회를 치르며 지도자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총신만은 유독 1인에 의해 지도력이10년째 사유화되면서 오늘의 참담한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개혁신학의 윤리가 모든 동역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회법이 아닌 사회법에 기대 총회의 자산을 소수의 무리들이 주장하는 것을 옳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욕되게 하는 그릇된 행동입니다. 이것은 자기만 옳다 하는 교만과 하나님이 없다 하는 불신과 탐욕의 다른 얼굴일 뿐입니다. 하여 본인은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첫째, 재단이사회는 즉시 정관을 원 상태로 개정하여 총회 소유로 돌려놓으십시오.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가 총회로부터 찬탈한 이사회의 권한을 유지한 채 교회법이 아닌 사회법(사학법) 뒤에 숨어 계속해서 시간을 끌고 총신의 혼란을 방치한다면 이는 여러분이 하나님을 믿는 선한 청지기가 아님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속히 이사회를 소집하여 정관을 개정하고, 총회에서 추천한 이사들로 교체하여 이사회가 총신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십시오. 결코, 총신의 모든 재산과 자리는 여러분이 독점하여 누릴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임을 잊지 마십시오.

둘째, 현 사태의 모든 근원인 총장은 이유 없이 즉시 물러나십시오.
총장이 갖고 있는 좋은 신학교로의 발전을 위한 꿈이 진실이라면, 조금이라도 그 뜻이 후배들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면 당장 퇴진하십시오. 총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미 모든 권위와 신뢰를 잃은 총장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에 이르러 그 어떤 변명이라도 더 비참하고 추하게 만들 뿐입니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결단하여 4,000여명의 학우들이 강의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행동하십시오.

셋째, 총회를 섬기는 지도자들은 총회와 총신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만드십시오.
총회와 총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 영광스러운 총신과 총회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일이 오늘날 지도자라 호칭되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아울러 몇몇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총회의 타락하고 추악하며 부끄러운 정치풍토를 쇄신하지 못한다면 지도자라 자처하는 우리는 총회 정치현장을 떠나야만 합니다. 그것이 영광스러운 총회, 자랑스러운 총회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요, 쇠락해가는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는 최소한의 염치입니다.

넷째, 총신의 교수 및 직원들은 총신의 안정적인 발전과 장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십시오.
총신이 총회 소속 교회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건학이념대로 바른 신학과 신앙을 토대로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해내는 신학교가 되도록 하는 것이 여러분의 사명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자리와 이익만을 위해 내부 편당을 짓던 구태에서 벗어나 한국교회의 미래를 도맡을 유능한 인재 양성만을 목표로 헌신하십시오. 또한 이번 사태의 빠른 종결과 학교의 안정을 위해 서로 협력하여 지혜를 모아 먼저 모범을 보이십시오.

다섯째, 학생 여러분은 속히 수업에 복귀할 방법을 모색하여 학교 정상화의 길을 여십시오.
학생 여러분들은 자랑스러운 우리 총회 아들과 딸들입니다. 여러분의 얼굴을 보면 말할 수 없을 만큼 자랑스럽고, 또한 부끄럽습니다. 총회의 책임을 지고 있는 본인의 어깨가 한없이 무겁고 또한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결단이 기성세대와 같은 정치적 계산의 논리가 아니라 총회와 총신이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이루어 드리는데 초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토론하면서 다음 세대를 책임질 여러분들의 동지들과 함께 다음 세대의 길을 여십시오. 또한, 속히 학교가 정상화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총신 총장을 비롯한 이사들에게 마지막으로 권고합니다. 만일 여러분의 옳음이 있고, 또 총회와의 대화를 통해 사태종결을 원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총회와 총신이 나아갈 바른 방향인가를 제시하십시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이십시오. 그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처럼 총신이 정상화되어 4,000여명의 학생들이 강의실로 돌아가고, 우리가 겪는 이 고통을 통해 더 나은 길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길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3월 5일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총회장 전계헌 목사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