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선언 날에… 정봉주 ‘미투’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

입력 2018-03-07 10:25 수정 2018-03-07 13:16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폭로가 7일 나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또 한 명의 유력 정치인이 성폭력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정 전 의원 측은 명예훼손이라며 법적조치를 취할 뜻을 밝혔다.

현직 기자인 A씨는 기자 준비생이던 2011년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7일 프레시안이 보도했다. A씨는 “정 전 의원이 자신을 호텔로 불러내 키스를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대선을 앞두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던 2011년 11월 정 전 의원을 처음 만났다. ‘나꼼수’의 애청자였던 A씨는 출연자인 정 전 의원의 강연에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니 언제든 연락하라”며 정 전 의원이 돌린 명함을 받았다.

A씨는 “정치인 연락처를 처음 받아봤는데 정말로 답장을 하는 게 신기해서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그 후로 정 전 의원에게서 계속 연락이 왔다며 처음에는 거부감이 없었지만 점차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A씨가 부담을 느껴 연락을 받지 않자, 정 전 의원은 A씨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A씨와 그의 친구들이 연락을 피하자 연락도 뜸해졌다.

그러다 그해 12월 23일 A씨는 정 전 의원과 만났다고 했다. 전날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A씨는 정 전 의원이 “감옥 가기 전에 얼굴을 보고 싶다”는 말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할 정 전 의원이 안타까워 만났다고 했다.

A씨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 호텔(현 켄싱턴 호텔) 1층 카페의 룸에서 정 전 의원을 만났다고 기억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이 ‘보고 싶었다’ ‘남자친구는 있냐’ 등의 이상한 소리를 했다”며 “느낌이 이상해서 ‘약속이 있어 나가겠다’고 하고 황급히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전 의원이 따라와 A씨를 안더니 갑자기 키스를 하려고 했다고도 했다. 놀란 A씨가 정 전 의원을 밀치고 룸에서 빠져나오자 정 전 의원은 더 따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정 전 의원이 출소 후에도 계속해서 연락을 했지만 차단했다고 말했다.

A씨는 7년 전 일을 폭로하기로 한 이유로 정 전 시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들었다. 최근 정 전 의원은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이런 파렴치한 사람에게 그런 큰 일을 맡길 수 없다”며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이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주변 기자들에게 들어보니 정봉주 전 의원이 대학 특강 다닐 때 어린 여대생들에게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도는 것 같다”며 “혹시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함께 용기를 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의원은 자신에 대한 성추행 의혹에 “답변할 이유가 없다”며 “명예훼손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시장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로 한 그는 출마 자리에서 자신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