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남북이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북한이 비핵화 및 평화협정·평화체제를 위한 대화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세계와 북한, 한반도를 위해 위대한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北의 평창올림픽 참가, 아주 좋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북한에서 나온 발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 “무슨 일이 생길지 두고 봐야 할 매우 흥미롭고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어떤 길이라도 갈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매우 좋은 대화를 하고 있고 여러분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곧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도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올림픽에 참가했고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며 “우리가 그것을 이어갈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6개 항의 언론발표문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등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특사단의 발표 직후에는 트위터에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노력이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썼다. 또 “세계가 주시하고 기다리고 있다”며 “헛된 희망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 靑 “북미대화, 남북정상회담 전 시작될 수도”
청와대는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북한과 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를 ‘두 개의 바퀴’라고 표현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남북 합의문을 발표하며 “북미대화를 시작할 여건히 충분히 조성됐다”고 말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두 개의 바퀴 중 하나인 남북정상회담이 예고돼 있지만, 그 전에 북미회담이 충분히 가동될 수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며 “정 실장의 ‘여건 조성’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그동안 강조해온 대화의 조건은 비핵화였다”며 “북한이 그에 대한 답을 준 상황이다. 그래서 북미회담 전제조건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용 실장은 8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접견 여부를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북한이 미국에 전하려 하는 별도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이 미국에 다녀온 뒤 중국과 러시아에 가고, 서훈 국정원장이 일본에 간다”며 “중국 러시아 일본 방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 美 내부선 “돌파구일 수 있지만… 여전히 회의적”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특사단의 결과물에 보인 반응은 북한 비핵화 의지 표명을 명분으로 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미국과 비핵화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하지 않겠다며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잠정 중단) 의사를 밝혔다. 북·미 대화의 목표는 ‘비핵화’여야 한다는 미국 측의 요구를 고려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대화 이후 북·미 대화까지 극적으로 마련될 경우 핵 위협으로 전쟁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도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 문제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다만 북·미 대화로 가는 길에는 여전히 난관이 있다. 누적된 북·미 간 불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당장 미국 내에서는 낙관론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는 6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남북대화 결과에 대해 “돌파구일 수 있다”면서도 “심히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대북대화가 있었지만 결국 실패해 북핵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희망은 영원한 생물”이라며 비관적인 시선에도 선을 그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로버트 애슐리 국방정보국(DIA) 국장도 ‘북한의 전향적 태도가 긍정적이라는 데 동의하냐’는 질문에 “낙관론을 갖고 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증거를) 보여달라. 우리는 (향후)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