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북한과 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를 ‘두 개의 바퀴’라고 표현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남북 합의문을 발표하며 “북미대화를 시작할 여건히 충분히 조성됐다”고 말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두 개의 바퀴 중 하나인 남북정상회담이 예고돼 있지만, 그 전에 북미회담이 충분히 가동될 수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며 “정 실장의 ‘여건 조성’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그동안 강조해온 대화의 조건은 비핵화였다”며 “북한이 그에 대한 답을 준 상황이다. 그래서 북미회담 전제조건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용 실장은 8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접견 여부를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북한이 미국에 전하려 하는 별도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이 미국에 다녀온 뒤 중국과 러시아에 가고, 서훈 국정원장이 일본에 간다”며 “중국 러시아 일본 방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대북 특사단이 6일 발표한 6개 항목의 ‘합의문’은 방북 첫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1시간여 접견 자리에서 사실상 다 만들어졌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여만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고, 대화를 시작한 지 1시간여 만에 남북정상회담부터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비핵화 조건부 수용까지 다 합의됐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외교무대에 나선 적이 거의 없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 외교사절만 간혹 만날 뿐이어서 그의 대화나 협상 방식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특사단은 이번에 접한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을 “솔직하고 대담하더라”고 표현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실을 보여주는 일부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합의문에 대해 “어제 발표한 내용은 특사단이 북측과 얘기를 나눈 뒤 이를 공개하겠다고 요청하고 북측으로부터 포괄적 동의를 받아 발표한 것”이라며 “국가 간의 신의와 무게감이 실려 있는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4월 말 3차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한 것은 “(사전 조율 없이) 현장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그는 “어느 쪽이 먼저 제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회담 장소로 평화의집 말고도 몇 가지 안을 놓고 얘기를 했고, 그 자리에서 평화의집으로 합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몇 가지 안’ 중에 서울도 포함됐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모른다”고 했다.
방북 이튿날 특사단은 오전 11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과 실무회담을 하고 이어 후속실무회담까지 마친 뒤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했다. 귀국이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쯤 늦었던 것은 ‘짐 정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서울과의 교신을 위해 설치했던 통신선을 떼어내는 뒤처리를 하는 다소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의 외교 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다더라”며 “정의용 안보실장을 비롯해 특사단원들이 만나본 소감을 그렇게 전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