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의 경기와 숙박, 식사에 활용되는 시설들은 가장 응집된 패럴림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서가 아니라,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평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머리를 맞댄 ‘접근성 전담팀’이 개선점을 찾고 또 찾은 결과다.
여형구(59) 평창패럴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은 6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주사무소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역대 최초로 접근성 전담팀을 신설해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을 배려했다”고 강조했다. 평창패럴림픽이 역대 패럴림픽에 비해 갖는 차별점을 묻는 데 대한 답변이었다. 실제로 이날 평창패럴림픽 선수촌에 입촌, 눈길과 경사진 곳을 이동하는 장애인 선수들에게는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여 사무총장은 “경기장은 물론 생활 공간에 있어서도 접근성 강화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접근성이란 단지 경사로를 낮추고 문턱을 없애는 차원이 아니라, 숙소 화장실 욕조 안에 장애 정도에 따른 보조의자를 배치할 정도의 ‘디테일’이었다. 그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관계자, 장애인들과 함께 직접 다니며 시설 하나하나를 점검했다”고 강조했다.
애초 여 사무총장은 선수들의 규모에 비해 휠체어 리프트 밴, 저상버스 등의 수량이 모자랄 것을 걱정했다. 차량에 옮겨 탈 때, 닫힌 문을 열 때 엉뚱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며 ‘시합일이 가까워지면 낙엽도 조심하라’는 장애인 스포츠인들이었다. 그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특장(특수장비)차량과 인력을 협조 요청했다. 그 결과 평창패럴림픽 현장에는 저상버스 44대, 휠체어 버스 등 특장차량 46대, 휠체어 미니밴 139대가 확보돼 있다. 선수들이 온전한 경기력을 발휘하게끔 돕는 손발들이다.
최적의 교통편이 ‘하드웨어’적 준비라면,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소프트웨어’적인 노력도 계속됐다. 대국민 홍보와 체험을 강화했고,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차원 높은 배려’를 교육했다. 휠체어로 경사로를 오르는 선수들을 뒤에서 미는 ‘푸싱 서비스’를 수정한 일은 ‘차원 높은 배려’의 대표적 일화다. 여 사무총장은 “선수들에게 자력으로 올라갈 것인지 먼저 묻고, 밀어 주기를 원하는 선수에게만 푸싱 서비스를 진행토록 했다”고 말했다.
여 사무총장은 “이번 평창패럴림픽은 나와 남의 다름을 인정하는 동시에 존중하는 ‘톨레랑스’의 사회로 발전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10월 제9차 IPC 프로젝트 리뷰를 위해 방한한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은 “대부분 분야에서 준비상황이 아주 만족스럽다.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 평가를 얻기까지 조직위는 지난해부터 장애인 선수 당사자를 중심으로 시설 등의 개선점을 경청하고 실시간 반영했다.
평창패럴림픽의 국가적 교훈이 톨레랑스라면 세계적 의미는 평화다. 이번 대회는 북한이 사상 최초로 선수단을 파견하는 동계패럴림픽이다. 여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파슨스 위원장에게 북한의 평창패럴림픽 참가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북한의 참가는 대회 안전에 확신을 줄 수 있고,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달리 ‘붐업’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구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여 사무총장은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막상 대회 개막이 가까워 오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팔린 입장권은 목표치의 120%인데, 여전히 표를 구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쇄도한다. 개회식 입장권은 동난 지 오래다.
인터뷰 말미 여 사무총장은 “방민자 차재관 정승원 이동하 서순석 선수를 꼭 기억해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뽑힌 5명의 남녀 혼성 휠체어컬링 대표팀이다. 여 사무총장은 “이들은 수영장 물을 얼려가며 연습해 왔다”며 “평창올림픽 컬링의 감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럴림픽 개회식에도 깜짝 놀랄 만한 감동 포인트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며 “바로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참여”라고 말했다.
평창=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