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희한한 KBL… 키 2m 넘는 용병 퇴출

입력 2018-03-07 06:37

프로농구연맹(KBL)이 차기 시즌부터 신장 2m 이하의 외국인 선수만 뛸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 질타를 받고 있다. KBL은 장단점을 분석해 추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제 경쟁력 강화, 경기 흥미 증진이라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규정이라는 비판이 많다.

KBL은 지난 5일 이사회를 통해 2018-2019 시즌 외국인 선수의 신장 기준을 장신선수 2m 이하, 단신선수는 186㎝ 이하로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193㎝를 기준으로 장·단신 선수를 나눌 뿐 키와 관련한 특별한 상한선은 없다. 선수의 선발 방식은 기존 트라이아웃 대신 자유선발로 바뀐다. KBL은 “이번 신장 기준 적용으로 빠른 경기속도를 통한 평균 득점 향상과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프로농구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 규정은 볼거리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팬들은 지적한다. 2015-2016 시즌 193㎝ 이하 단신선수 제도 도입 이후 KBL에서 키퍼 사익스, 조 잭슨 등 날쌘 가드 유형의 선수들이 기존 2m 이상의 장신선수와 절묘한 콤비 플레이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차기 시즌에는 정통 빅맨 역할의 선수들이 사라지고 고만고만한 용병들만 나오면서 차별성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로드 벤슨(206㎝·원주 DB), 찰스 로드(200.1㎝·전주 KCC), 데이비드 사이먼(203㎝·안양 KGC) 등 인기 장신선수들은 키 제한에 걸려 당장 짐을 싸야 한다.

국내 선수의 국제 경쟁력 저하도 문제다. 최근 국제대회를 보면 전 포지션에서 선수들의 신장이 2m를 훌쩍 넘는 나라가 많다. 2m 이하 선수와 맞붙던 국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술과 체력 보강이 없는 한 국내 선수들이 외인들의 높이가 낮아지더라도 득점력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KBL이 단기적인 성과만 바라보고 외국선수 제도를 수시로 손질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