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적인 모습에 충격 받아 여성 수행비서 채용 말 많았는데…”

입력 2018-03-07 06:16
6일 충남 홍성의 충남도지사 관사 유리창이 파손돼 있다. 안희정 전 지사의 비서 성폭행 논란에 격분한 한 민주당원이 이날 오전 야구방망이를 던져 유리가 깨졌다. 홍성=곽경근 선임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비서(6급 상당)의 성폭행 폭로 이튿날인 6일 지역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충남도청 5층 도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집무실 앞에 비치됐던 안 전 지사의 추천도서 책장은 텅 비어 있었다. 당초 책장에는 안 전 지사의 자서전과 몇 권의 페미니즘 관련 도서 등이 비치돼 있었는데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안 전 지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측근들도 전화기를 꺼둔 채 연락을 피하고 있다. 안 전 지사가 생활하던 관사에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야구방망이를 던져 현관 유리창을 깼다. 출동한 경찰은 당원 A씨(37)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도청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한숨을 쉬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직원은 “여직원을 수행비서로 채용한 것을 두고 말이 많았는데…”라면서도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책임감을 갖고 도민과 국민들에게 공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며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 생각했는데 위선적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개탄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전자문서를 통해 사임통지서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윤원철 정무부지사는 의원면직을 신청했고 성폭행 폭로 당사자인 비서 김지은(33)씨 등 비서실 직원 4명도 자동면직 처리됐다. 충남도지사는 남궁영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남궁 부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안 전 지사의 소재에 대해 “정확히 모르겠다. 정무부지사와 연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가 여성비서를 기용한 배경에 대해서는 “수행비서는 지사가 임명하는 것이라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이런 일(성폭행)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성=홍성헌 기자,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