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예상을 뛰어넘는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비핵화 전제 대화’ 의사만 끌어내도 성공이란 관측이 나왔던 특사 회담에서 북한은 아예 “핵을 버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미국이 대화 조건으로 강조해온 ‘불가역적 비핵화’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북한이 ‘핵동결’ 선에서 협상을 시도하지 않고 ‘핵 폐기’ 가능성을 명백히 밝힘에 따라 북미대화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북 특사단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금주 중 미국으로 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결과를 전달할 계획이다.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도 밝혔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 같은 합의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이유를 사실상 대부분 제거한 셈이 됐다.
남북관계는 더욱 급진전될 전망이다. 남과 북은 4월 말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합의했다. 더욱이 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설치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6일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4월 말에 있을 제3차 남북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이 이 핫라인을 통해 첫 통화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 또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