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하게 싱그럽다 달짝지근 무르익더니 끝내 가슴 저릿하게 울리고 마는. 이런 멜로, 참 오래 기다렸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얘기다.
제목부터 익숙하다. 일본 이치카와 다쿠지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2005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바로 그 작품이다. 일본 멜로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이 한국판으로 다시 태어났다. 소지섭과 손예진이 만났다.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세부설정은 다소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서사는 원작과 비슷하다. 1년 뒤 비가 오는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과 아들 지호(김지환) 앞에 나타난다. 물론 판타지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이 기적 같은 이야기의 끝엔 뭉클한 반전의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6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장훈 감독은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당연히 컸다. 워낙 훌륭한 작품인 데다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괜히 손대는 것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어설프게 따라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보고 싶고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완성하는 9할은 역시나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다. 지고지순한 순정남을 연기하는 소지섭은 여성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멜로의 여왕이라 불리는 손예진은 등장하는 순간마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두 사람의 어울림이 훌륭한 건 물론 아역 김지환과의 호흡도 좋다.
손예진은 “나이에 맞지 않게 대학생을 연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 ‘관객 분들이 이입하지 못하시면 어떡하나’ 고민했었다”며 “그런데 후반작업 때 많은 공을 들이신 것 같다. 애써주신 CG팀께 감사드린다”고 웃었다. 이어 “풋풋한 감성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캐릭터에서 실제 배우들의 성격이 얼핏 비치기도 한다. 소지섭은 “편하고 자연스러운 부분이 나와 비슷하더라. 부족하고 엉성한 면도 닮았다. 그래서 더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손예진도 “말투가 비슷한 지점이 있더라. 아이와 게임할 때 지기 싫어하는 모습도 재밌었다. 승부욕이 강한 게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많은 대답이 하나로 수렴할 것 같다. 극 중 연애를 막 시작하는 수아와 우진이 버스정류장에서 서로의 손을 잡는 장면. 수줍어 먼저 손 내밀지 못하는 우진 대신 수아가 용기를 내어 그의 점퍼 주머니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는다. 그 간질간질한 감정은 보는 이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직접 연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단다. 실제로 설레었던 순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두 배우는 한입으로 이 장면을 얘기했다. 손예진은 “손잡는 신에서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비오는 발코니에서 뽀뽀하고 껴안는 신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소지섭은 “유독 손잡는 장면이 많았는데 굉장히 설레었다”면서 “극 중 수아가 기억을 잃은 상태로 돌아온 게 아닌가. 그래서 매번 설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신 분들이 손 한번 잡고 뽀뽀 한번 하는 거 가지고 되겠냐, 좀 더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손잡는 것 하나만으로도 설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나 역시 주머니 속에서 손을 잡는 그 장면이 너무 좋더라. 촬영할 때에도 너무 설레었다”고 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일 거라고 기대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보다 더 뜨겁게 울었네요. 아마 오래간만에 기분 좋아지는 영화가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사랑 얘기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데 앞으로는 많이 나올 수 있게끔 이 영화를 많이들 봐주셨으면 합니다.”(소지섭)
“사랑의 설렘이나 따뜻함, 간절함을 가슴에 담아두고 잘 꺼내보지 못하고 산 것 같아요. 추억이나 지나간 것,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그 모든 것을 다시 추억하고 되새기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꼭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손예진)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