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제작 중단’…미투가 부른 대부들의 ‘불명예 퇴장’

입력 2018-03-06 17:42
윤호진 에이콤 대표(왼쪽)와 배우 조재현. 뉴시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화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의 퇴장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연이은 폭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공연계는 제작사 폐업·작품 중단 등으로 패닉 상태다.

‘뮤지컬 대부’로 불리던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지난달 24일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피해자들은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윤 대표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폭로가 잇따르자 윤 대표는 공식 입장을 내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윤 대표의 성추문 이후 그가 연출할 예정이던 뮤지컬 ‘웬즈데이’는 무기한 연기됐다.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오는 12월 초연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제작발표회가 연기된 뒤 사실상 제작 중단 상태다.

윤 대표의 대표작 ‘명성황후’는 이미 개막해 무대에 올려지고 있지만 미투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 대표의 성추문 이후 ‘위드유’(With You·나도 함께한다) 운동에 힘입은 관람 취소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결국 해당 작품에서 지휘봉을 내려놨고, 안재승 연출가가 대신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배우 조재현의 성폭행 의혹은 지난달 23일 배우 최율의 고백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드라마 현장 스태프의 손을 강제로 잡고 입맞춤을 하는 등 수차례 성추행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생들에게 영화 배역을 주겠다면서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폭로도 등장했다. 조재현은 결국 입장문을 내고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조재현이 대표직을 맡고 있는 공연제작사 ‘수현재컴퍼니’는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수현재 컴퍼니는 조재현이 10년 전 세상을 뜬 친형과 자신의 이름을 합쳐 2014년 설립한 회사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리타’ ‘엘리펀트 송’ 등 인기 작품에 스타 배우들을 섭외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수현재컴퍼니는 오는 4월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와 연극 ‘에쿠우스’ 이후 문을 닫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학로에 있는 극장 ‘수현재씨어터’ 운영 방침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이윤택(왼쪽) 연극연출가와 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뉴시스

이윤택 연극 연출가의 입김 역시 약해지고 있다. 이 연출가가 이끌던 극단 가마골이 위탁 운영할 예정이었던 어린이 전용 극장 ‘안데르센 극장’은 계약 해지를 맞았고, 지난해 7월 개장한 가마골소극장도 폐쇄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국립극장장 유력 후보로 손꼽히던 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낙마했다. 그의 성폭행 논란은 지난달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피해자의 글을 통해 불거졌다. 그는 공모를 통해 결정되는 국립극장장의 단일 후보였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격자 없음’의 결론을 내려 탈락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