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 접견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북한 관영매체가 같은 날 논설에선 “핵 무력은 정의의 보검”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면담 및 만찬 소식을 6일 1면과 2면에 걸쳐 게재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께서 평양에 온 남조선 대통령의 특사 대표단 성원들을 접견했다”며 “최고영도자 동지께서 특사와 일행의 손을 일일이 뜨겁게 잡아주셨다”고 전했다.
매체는 김 위원장과 특사단이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합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매체는 “담화가 동포애적이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다방면적인 접촉과 교류를 활성화할 방안에 대해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매체는 북미 관계에 대해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매체는 ‘미제의 반인륜적인 핵 범죄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는 정세논설을 내고 미국에 대한 핵무장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어 “우리의 핵 무력은 피로 얼룩진 미국의 핵 악마를 영영 쓸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검”이라며 “미국의 책동으로 말미암아 세계 여러 곳의 핵전쟁 위협이 커가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그중 조선반도는 핵전쟁 위험이 가장 짙게 드리운 곳이 됐다”며 “미국은 우리 공화국을 노골적으로 위협해왔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매체는 또 “미국의 핵 위협 공갈책동이 날로 횡포해질수록 우리 국가와 인민은 정의의 핵을 더욱 억세게 틀어쥘 것”이라며 “우리는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수호할 의지를 백배, 천배로 가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수석특사로 이끈 특사단은 5일 오후 6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조선노동당 본관의 진달래관에서 4시간12분 동안 만찬을 가졌다. 정 실장은 방북 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며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매체가 전한 김 위원장과 특사단의 접견 소식에 비핵화 내용은 빠져있었다. 그러면서 핵 무력 갈등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한반도 평화,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대미 관계는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미 비핵화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당장 북미 관계에 있어서까지 유화적인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북한이 이번 특사 방북 목적에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추진이 포함된 것을 모를 리 없다. 정의용 실장을 통해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