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시작된 대북특별사절단 방북 일정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평양 도착 약 3시간 만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마주 앉았고, 접견과 만찬은 남측 인사가 방문한 적 없는 조선노동당사 본관에서 4시간을 넘겨 계속됐다. 만찬장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동생 김여정 등 북한 최고위급이 나와 특사단을 예우했다.
예상외로 길어진 만찬에 청와대는 밤늦도록 초긴장상태로 상황을 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오래 지속된 만찬 때문에 밤 11시까지 특사단의 보고가 없어 임종석 비서실장도 퇴근하지 못한 채 청와대에 남아 있었다. 특사단의 만찬 보고가 올라온 것은 11시20분이었다.
특사단은 5일 오후 2시50분 공군2호기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순안공항 귀빈실에서 10분간 환담을 나눈 특사단은 오후 3시40분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영접을 받았다.
당초 청와대는 특사단 파견 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과 만찬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북측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고방산 초대소에서 15분간 구체적 방북 일정 협의 끝에 오후 6시부터 김 위원장과의 면담·만찬이 시작됐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면담 및 만찬은 4시간12분간이나 계속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특사로 서울에 왔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제1부부장을 1시간 접견하고, 1시간30분 동안 오찬을 했다. 이를 기준으로 삼아 밤늦게 추가 브리핑을 준비했던 청와대는 만찬이 예상외로 길어지자 브리핑을 6일 오전으로 늦췄다.
1박2일 방북 일정의 클라이막스인 김 위원장과의 만찬이 길어지자 청와대는 극도의 긴장 속에 특사단의 보고를 기다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남아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숨막히는 시간이 흐르던 중 오후 11시20분쯤 고대했던 소식이 북측에서 날아들었다.
청와대는 6일 방북 결과를 브리핑하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결과가 있었고, 실망스럽지 않은 걸로 안다”며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회담 분위기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충분히 나눴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