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5일 jtbc에 출연해 폭로한 김지은씨는 근거로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성폭행 이후 안 지사가 보냈다는 메시지에는 ‘미안하다’ ‘다 잊어라’라고 적혀있었다.
김씨는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하며 강압에 의한 성폭행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성폭행 전후 안 지사와 수시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고 했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의 메시지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
이날 공개된 메시지는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진 지난달 25일 성폭행을 한 뒤 일반 대화방에 전한 것이다. 공개된 메시지를 보면 안 지사는 김 씨에게 “머하니?”라고 물은 뒤 “미안” “내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문제를 괜히 이야기했다” “미안”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날 일 이후 김씨는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또 “괘념치 말거라” “거기 있니?” “왜 아무말도” “잘자게”라고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의 응답이 없자 전화를 시도한 듯 “전화 안받네”라고 했다.
김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늘 지사님이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저한테 ‘미안하다, 괘념치 말아라, 내가 부족했다, 다 잊어라’ 같은 메시지를 비밀 텔레그램으로 보냈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저는 지사님이랑 합의를 하는 사이가 아니다. 지사님은 제 상사이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사이다. 저랑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며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 일그러지는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같은 정황을 주위에 알렸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그는 “SOS를 치려고 여러 번 신호를 보냈었고 눈치챈 한 선배가 혹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얘기를 했었고 그런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안 지사가 이날 미투를 언급하며 또다시 성폭행을 하자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안 지사한테 벗어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에게 미투를 언급했다는 것은 미투에 대해서 얘기하지 말라는 ‘무언의 지시’로 알아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안 지사의 수행비서를 맡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네차례 성폭행과 함께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변호인단을 꾸려 안 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안 지사는 6일 새벽 SNS를 통해 “합의에 의한 관계는 입장은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모두 다 내 잘못”이라고 사실상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도지사 직을 내려놓고, 일체의 정치활동도 중단하겠다며 사과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