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사회 각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유명 백화점의 단체 채팅방에서 한 남성 직원의 계정으로 전송된 성희롱 메시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백화점 측은 “직원의 휴대폰이 해킹돼 벌어진 일”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H백화점의 한 지점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SNS 대화방 캡처 사진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이 SNS는 그룹에 가입된 회원만 활동할 수 있다. 페이스북처럼 게시물에 댓글을 남기거나 카카오톡처럼 단체로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이지만 회원이 아니면 모두 비공개다. 확산된 사진은 H백화점 단체방에 속한 회원 중 한 명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는 남자 직원인 A 주임이 1일 오후 4시38분쯤 단체 채팅방에 “여직원들 진짜 한 번씩 XXX싶긴 한데, 참아야지 내가”라고 보낸 메시지로 시작했다. A 주임은 즉시 실수를 알아채고 “잘못 보냈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약 10분 뒤, 다른 직원이 “A 주임 휴대폰이 해킹당한 것 같다”며 “지금 확인 중이고 윗글은 A 주임이 작성한 내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른 직원도 “다른 그룹에 똑같은 내용이 동시에 올라온 것을 보면 해킹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화방에는 남·여 직원 188명이 가입돼 있었다.
이 사진이 여러 커뮤니티와 SNS에 확산된 후 H백화점 홈페이지에 항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A 주임 사건의 해명을 요구하는 글이었다. 네티즌들은 “성희롱 사건 해명이 필요하다” “이 직원을 해고해라”고 항의했다. 일부는 A 직원의 실명까지 알아냈다. H백화점 측은 “직원의 개인 계정이 해킹돼 생긴 일”이라며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한 상태다.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네티즌은 A 주임이 문제의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사과한 점을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어떤 해킹범이 음란 카톡을 보내놓고 친절하게 곧장 사과까지 해주냐”며 “변명”이라고 했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에 해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해명 후에도 업무용 SNS에 “해킹이 아닌 것 같다”는 글이 게시됐다.
H백화점 관계자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로그인 기록을 분석해보니 사건이 발생하기 2시간 전 A 주임 계정이 중국 등 해외에서 접속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킹이 확실하다. 조만간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많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또 음란 메시지가 전송된 뒤 바로 사과 문자가 온 것에 대해 “확실하지 않지만 해킹범이 관심을 끌려고 노골적인 메시지를 보내놓고 장난을 친 것 같다”며 “조사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