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성추행 교사가 아직도”… ‘스쿨미투’가 시작됐다

입력 2018-03-05 11:17 수정 2018-03-05 11:21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미투' 커버 이미지

학교 구성원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등장했다.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이 대학을 넘어 초·중·고 교육계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는 익명 제보 커뮤니티인 ‘스쿨미투’ 페이지가 개설됐다. 지난 열흘간 익명으로 올라온 14건의 ‘미투’ 속에는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겪은 다양한 성추행 피해가 담겼다. 초·중·고교생 당시의 경험을 언급한 사례는 물론 현직 교사로 일하고 있는 피해자도 있었다.

2004년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A씨는 자신의 모교 화장실에서 낯선 남성에게 성폭행에 가까운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가해자는 길을 물으며 접근한 후 A씨의 손을 잡고 학교 화장실로 끌고 들어갔다. A씨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 14년동안 저는 하루하루 악몽 속에 살고 있다”며 “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미투 운동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B씨는 “교무실 청소를 도맡아할 때 학생부장 선생이 뒤에서 안거나 어깨동무하며 가슴을 툭툭 만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팔다리가 얼어붙어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2000년 고교 1학년이었던 C씨는 “학생에게 전화해 ‘오빠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전화를 끊지 않겠다고 했던 담임이 아직도 교사 생활 중”이라고 분노했다.

2011년 지방 사립 여자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는 남성 D씨는 자신이 보고 들었던 성추행을 고발했다. 그는 “중1 여학생이 제게 상담을 신청해 ‘담임교사가 자신의 몸을 만졌다’고 털어놨다”며 “선배 담임교사에게 이 문제를 상담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가해자는 그해 종업식 때까지 있었고, 저는 물론 다른 계약직 교사들까지 아무 이유 없이 해고됐다”고 적었다. 남교사들이 학부모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30년 전 기억을 떠올린 E씨도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1988년, 담임 선생이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E씨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고 항의했지만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E씨는 “야외수업을 할 때면 한 명씩 교실에 불려들어가 비슷한 일을 당한 친구들이 우리 반에 한둘이 아니었다”며 “가해자는 아무런 징계없이 장학사를 거쳐 서울의 교육장을 지내고 퇴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투운동을 보면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안의 상처가 치유되지도, 분노가 잊혀지지도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스쿨미투’ 페이지 정보에는 ‘우리는 서로에게 용기다. 위드유(With You)’라고 적혀있다. 관리자는 공지를 통해 “학교에서도 성별이나 권력의 위계에 따라 다양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해주실 여러분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기다린다. 우리들의 목소리가 쌓이고 높아져 갈수록 사회를 바꾸는 힘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