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무대는 내 고향… 믿고 본단 말, 영광스러워” [인터뷰]

입력 2018-03-05 00:00 수정 2018-03-05 00:00
배우 조정석. 문화창고 제공

드라마 ‘투깝스’(MBC)를 끝마친 배우 조정석(38)의 다음 행선지는 무대였다. 극한 체력을 요했던 4개월여간의 촬영.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음에도 그는 ‘쉼’을 허용치 않았다. 곧바로 연극 ‘아마데우스’ 연습실로 향했고, 불과 1개월 만에 완벽한 모차르트로 거듭났다.

“일중독일 수도 있어요. 이게 저의 문제라니까요(웃음). 어느 정도 쉬어야 하는데 하고 싶은 작품이 눈에 들어오면 거절하거나 뿌리치지 못해요. 한 작품 끝나고 그 다음 작품까지 텀을 두지 못하죠. 성격상 그게 안 되는 사람이에요.”

‘투깝스’ 종영 며칠 뒤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아마데우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보였다. 그는 “‘아마데우스’ 연습실을 갔는데 하나도 힘들지가 않더라. 반대로 충전이 확 되는 기분이었다”며 “나조차도 놀라웠다. 너무 쌩쌩하다. 만약 몇 개월 쉬면 오히려 아플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은 7년 만이다. 2016년에는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관객을 만났다. 최근 2년간 드라마 ‘질투의 화신’ ‘투깝스’, 영화 ‘시간이탈자’ ‘형’을 연달아 선보여 온 그다. 이토록 바삐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는 와중에도 그는 결코 무대를 향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다.


“제게 무대는 고향 같은 공간이거든요.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죠. ‘체력적으로 힘들다면서 계속 작품 해도 되느냐’고 걱정하는 팬 분들이 많이 계신데, 걱정 안 해주셔도 될 거 같아요. 무대는 마치 저의 충전기 같은 존재여서요(웃음).”

‘아마데우스’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조정석 김재욱 김성규)와 그를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기·질투할 수밖에 없는 안토니오 살리에리(지현준 한지상 이충주)의 이야기.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의 원작을 바탕으로, 1987년 영화화되기도 했다.

조정석은 “살리에리가 노력형 천재라면 모차르트는 천부적인 천재”라며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느끼는 열등감이나 두 사람이 겪는 갈등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고 소개했다. 이어 “어릴 때 감동적으로 봤던 작품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는 게 기쁘다”며 “특히 모차르트 역을 맡게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세대를 초월해 길이길이 남을 작품이잖아요. 많은 교훈을 담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열등감을 느껴 내뱉는 말들이, 열등의식에 빠져 살고 있을지 모를 현대의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는 거죠.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공연 자체는 고전의 느낌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정석은 “미술과 무대가 신선하다. 무대 장치를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파격적이라고까지 하긴 어렵지만 새롭고 유니크하다. 고전의 느낌을 생각하고 오시면 많이 예상과 다르다고 느끼실 듯하다”고 설명했다.

쟁쟁한 출연진이 기대감을 높인다. 조정석과 김재욱 김성규(인피니트)가 모차르트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살리에리 역은 실력파 배우 지현준 한지상 이충주가 맡았다. “(라인업이) 훌륭합니다. 자신 있습니다.” 조정석은 확신에 찬 미소로 답했다.

“공연은 누구 한 명이 돋보여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앙상블’이 핵심이죠. 전 늘 그렇게 해왔어요. 어떤 배우와 연기하더라도 ‘케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배우들과의 좋은 호흡으로 ‘걸작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무대 출신의 젊은 배우들에게 롤모델이 누구냐 물으면 ‘조정석’이란 이름이 심심찮게 언급되곤 한다. 그는 “어떤 선배님께서 ‘너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그러니 파이팅하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그 얘길 듣고 책임감이 생기더라”면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지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전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역시 “부담스럽지만 기분 좋은 일”이라며 머쓱해했다. “2004~2005년쯤 뮤지컬 공연하던 신인 시절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신뢰할 수 있는 배우,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었죠. 그 말에 부합되는 것이어서, 굉장히 영광스럽습니다.”

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아마데우스’는 오는 4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공연을 마친 뒤에는 송강호 배두나와 함께 주연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 ‘마약왕’ 개봉이 기다리고 있다. 조정석은 “올해 목표는 변신인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그 시작이 ‘아마데우스’여서 기쁘다. 시작이 좋다”며 웃었다.

“마흔이 돼도, 쉰이 돼도, 제 눈가와 이마에 생기는 주름만큼 그 나이에 맡는 역할을 계속 맡고 싶어요. 50대 중후반에 20대 역할을 할 순 없잖아요. 주름이 늘수록 ‘어떡하지’ 걱정하기보다는 ‘좋아 좋아’ 하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