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극복하는 능력은 오직 예수님의 사랑 ”…탈북 청년의 간증

입력 2018-03-04 21:01 수정 2018-03-05 09:35
탈북 청년 이성주(오른쪽 첫 번째)씨가 4일 서울 중구 동호로 장충체육관에서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 평신도 콘퍼런스에 참석해 신앙으로 고통을 극복해낸 경험을 간증했다. 왼쪽부터 개그맨 정선희, 강효숙 (주)콩두 이사, 조명환 건국대 교수, 추상미 보아스필름 대표, 이성주 청년. 강민석 선임기자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복음중심 교회개척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독교단체 CTC(City To City)가 4일 서울 중구 동호로 장충체육관에서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를 주제로 평신도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2002년 탈북한 이성주(31)씨가 12살 때부터 5년간 꽃제비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고통을 신앙을 통해 극복해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감동을 자아냈다.

이씨는 1부 순서 ‘저스트쇼업(Just Show Up) 북클럽’ 시연 시간을 통해 간증했다. 저스트쇼업은 신앙 서적을 한 권을 골라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눈으로 책을 따라 읽은 다음 각자 생각을 주고받는 간단한 책모임이다.

시연에는 꽃제비 출신 탈북민 이성주씨, 개그맨 정선희, 추상미 보아스필름 대표, 강효숙 ㈜콩두 이사, 조명환 건국대 교수 등 5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책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에서 하나님이 고통을 허용하시는 까닭에 대한 팀 켈러 목사의 묵상이 담긴 194~197쪽을 함께 읽었다.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오디오북을 통한 낭독이 끝나자 정선희씨가 참석자들에게 “인생에서 언제가 제일 깜깜했나”라고 물었다.

이씨는 12살 때가 제일 힘든 시절이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교장선생의 강압으로 총살 현장을 지켜봐야했다. 국가에 충성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공포가 어린 아이의 마음에 충격적으로 심겨진 순간이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북한군 장교였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서 동료들에게 “북한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 게 밀고돼 온 가족이 평양에서 추방됐다. 먹을 것을 구하러 아버지가 집을 나간 다음 4개월 만에 어머니도 집을 떠나갔다.

졸지에 고아가 된 그는 이후 꽃제비가 되어 떠돌았다. 함께 무리로 꽃제비 생활을 하던 친구들이 차례로 죽어 직접 언 땅을 파고 묻어야 하는 슬픔을 겪었다. 그는 “그때 나의 꿈은 하루 세 끼를 먹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먼저 탈북한 아버지의 도움으로 2002년 이씨는 남한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한국에 들어온 다음 먼저 신앙을 가진 아버지를 따라 하나님을 믿게 됐다. 남한에 막 왔을 때만 해도 눈에 살기가 흘렀으나 지금은 온화한 얼굴이 됐다.

남한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 남한에서는 북한 사람들을 형제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는 같은 민족으로 대접 받을 수 없었다.

20대가 되기 직전, 그는 이 같은 고민을 품은 채 하나님께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할지 기도하면서 비전을 얻었다. 이씨는 “하나님은 제가 100% 북한 사람인 동시에 100% 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셨다”면서 “‘남한과 북한으로 나눠보지 말고 한반도 전체를 보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다리가 돼라’는 응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씨는 “사실 고통은 우리가 평생 달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우리가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예수님의 사랑을 의지할 때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교회 공동체의 역할도 강조했다. 교회를 만나기 전 그에게 북한은 저주의 땅이었고 고통의 기억으로만 다가왔다. 하지만 교회에 다니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신앙이 성장하면서 북한 땅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을 해야 할 장소로 의미가 달라졌다.

이씨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만 남아 있던 북한은 이제 제가 살아야할 이유와 꿈이 됐다”며 “탈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는 후배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냐고 물을 때 교회에 가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꽃제비가 된 이후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한국에 들어온 뒤 19살의 나이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남북통일에 대한 열정을 키우며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영국 외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돼 워릭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마쳤다. 2014년에는 캐나다 하원 수석 부의장 베리 데볼린의 인턴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캐나다가 의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북한 인권과 통일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어 2부 순서에는 팀 켈러 목사가 ‘고통에 답하다’를 주제로 설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3500명의 평신도들이 참석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